올가미

지난 몇 주가 올해의 최장 슬럼프 기간이었다. 이젤에 늘어놓은 원고는 꼴 보기 싫었고 펜도 잡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러고 사는지, 실패 이상의 결과가 있긴 할는지.

내장을 꺼내어 샅샅이 훑고 싶었다. 어긋난 뼈를 쳐서 붙이고 싶었다.
병에건 돈에건 무릎 꿇려서 그 집으로 돌아가게 될까, 숨통이 막혀서는 잘못된 길로 향했었다 고백하게 될까.

내 그림에 갖는 확신은 언제나 얕고 약해서 걸핏하면 부서지고 흩어진다. 의구심은 발목에 걸린 느슨한 올가미다. 무난하게 넘기는 듯싶다가도 사소한 챔질 한 번에 끌려 올라간다.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8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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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드물게도 예정대로 작업을 진행하다가 후반부에 완전히 무너졌다. 이런 얘기도 이제 지긋지긋하지. 지긋지긋할 만큼 자주 오는 것도.


이번 업데이트부터는 지난 유료분 한 화씩을 차례로 전체공개합니다.

방치

4월에 들어서고부터, 그러니까 정식 연재 논의를 스톱한 후로 새 회차 업데이트 공지 외엔 아무런 글도 쓰지 않았다. 써놓고 올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글쓰기 자체를 멈추었었다. 4월 한 달은 쓸 수 없어서 작업에만 매달렸고 5월 중순에는 후기를 시간순으로 나열은 했는데 감정이 과하게 느껴져서 방치했다.
술렁였던 마음을 글로 털어내지 못한 탓에 출력창이 막힌 듯 다른 일상글이 비집고 나올 틈이 없었다. 그림과 엮인 말들은 늘 씹고 씹어 삼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51-60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51-60 딜리헙 | 포스타입 바로가기

이 회차에 이르러서야 겨우 원고가 안정된 느낌이다. 보정과 편집 면에서 그렇고, 작업 진행 면에서도 그렇다. 51-60화는 진작에 마감했었다.


지난 3월에 연재 제의를 받았다. 그를 계기로 전체 회차를 한 차례 다듬었고 천천히 교체할 예정이다.

슬픔

어제는 슬퍼서 울었다.
울다 울다가 잠들었다. 깨어나서는 또 울었다.

저녁이 되어 원고 앞에 앉았다.
선을 긋는데 문득 눈물이 나서 가만가만 위를 올려다보았다.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永遠히 슬플 것이오.”
슬픔은 영원히 계속된다….

삶의 본질이 슬픔에 있어서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