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이달부터 거의 생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아침마다 한 시간씩, 시놉시스를 쓰는 날엔 삼십 분씩.
7월 6일, 피검사를 하고 CT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검사 결과는 전반적으로 괜찮았고 약을 처방받았다. 빈혈은 역시나, 피를 많이 흘려서 적혈구 크기가 작다고 한다.
7월 7일, 힘없이 가라앉아서 오전 이후로 쉬었다. 밤엔 좀 짜증스러운 문자를 받았다.

병원의 정적인 공기는 내리누르는 느낌으로, 침대 위에 누웠던 그 잠깐 사이에 밀려들던 단절감은 내가 얼마나 유약한 사람인지 돌아보게 했다.

그림자

어둠은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것이고 빛은 새로 태어난 것, 모양 있는 것이다. 그 둥그런 빛 아래라야 비로소 그림자는 진다.
태양을 마주하고 서면 자신의 뒤로 지는 그림자를 이따금 돌아보며 나아갈 뿐이지만, 태양을 등지고 서면 앞을 향해 걸어도 늘 자기 그림자에 매이게 된다.
나의 그림자가 더 검고 더 선명해짐은 나를 비추는 빛이 더 밝고 더 맑아진 까닭이다.

나무

최근 카더가든이란 가수를 알게 되었다. 스쳐 지나듯 본 명동콜링 라이브 영상에 끌렸고, 막 발을 담근 참이라 유명한 곡부터 시작했다. 나무, 꿈을 꿨어요, home sweet home, 파도, 밤새. 드라마 OST인 happy ending은 의외성이 있어서 좋다.
싱어송라이터에, 끄는 듯한 가창 방식이며 무엇보다 독보적인 음색이, 원래도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취향인데 시네마틱하기까지 해서 매료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다.

여담으로 미디어에 살짝살짝 비치는 이분의 말투가 하시는 음악과는 결이 달라서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몰입할만하면 덤덤하게 싱거운 농담을 던져서. 갭이 양극단 수준이지만 나름 귀여우신 것도 같다.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어깨에 닿을 만치, 그리 긴 길이도 아니었는데 근 십 년 가까이 시원하게 짧은 머리여서 그랬는지 유독 불편했다.

원래도 몸에 뭐가 거치적거리는 걸 싫어하긴 한다. 손목 발목을 조이는 옷이나 딱 맞는 정 사이즈의 옷은 물론이고 스킨로션도 피부 위에 한 겹을 덮는 느낌이라 답답하다. 핸드크림과 립밤은 무겁고 끈적거려서 더 그렇다. 춥고 건조한 겨울이면 손등이나 입술이 거칠거칠 갈라져서 아픈데도 그냥 참고 버팅길 정도다.

더욱이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이랑 손톱은 매일 조금씩 꾸준히 자라니까 귀찮다고 방치했다간 금세 엉망이 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투블럭컷을, 안쪽은 짧게 밀어버리고 바깥 머리를 내려서 겉으로 봐서는 잘 티가 안 나는 스타일을 오래 고수했었다. 까까머릴 해버릴까 보다고 우스운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진짜 그랬다간 스스로 꼴 보기가 싫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손톱은 흰 부분이 안 보일 만큼 바짝 깎는다. 피아노 선생님이 항상 손가락을 둥글게 구부려 손끝으로 건반을 누르라고, 그때 손톱이 건반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라고 가르친 영향인지 모르겠다. 기억에 늘 손톱을 의식했던 것 같다. 여전히 1밀리만 자라도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가 없다. 특히 키보드 두드릴 때 손톱 끝과 자판이 닿는 게 너무너무 싫다.

진도

원고 열네 장을 아등바등하려다 중간에 확 지쳐서 질질 끌 느낌이, 아니 강한 예감이 든다. 일단 밑그림은 24p까지 이어서 그리되 힘들 것 같으면 중간에 흐름이 끊어지더라도 20p에서 마무리해야겠다. 오늘의 진행 상황은 스케치가 24p, 밑그림이 17p, 밑선이 14p. 내일 15p 밑선을 끝내고 선 단계로 들어가서 다음 주엔 밑색을 시작하고 싶다.

팬케이크

팬케이크를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가장 자주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볼에 계란 세 개를 풀어 휘핑기로 마구 저은 다음 우유 400밀리를 붓고 작은 거품에 표면이 덮이도록 또 젓는다. 팬케이크 믹스 500그램을 체에 거른다. 고운 가루를 내면 섞을 때 덩어리가 덜 진다.
팬을 달구고 버터를 녹인다. 동그랗게 퍼진 반죽 표면에 둥근 기포와 함께 달달한 향이 올라오면 뒤집어 준다. 중심부부터 가장자리까지 폭신하게 부풀고 테두리는 살짝 바삭한 정도가 좋다. 꿀이나 연유, 초코 시럽, 아이스크림을 올려도 좋지만 보통은 그냥 먹는다.
최근에는 차갑게 살짝 굳힌 반죽을 수저로 담뿍 떠 한 입 거리로 부치는데, 푸딩처럼 형태가 무너지지 않은 채 그대로 팬에 안착하는 걸 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들쑥날쑥

이번 회차는 평소보다 페이지수가 많아서 걱정이다. 한 장 추가될 때마다 작업 시간은 자비 없이 늘어나니 말이다. 분량 따라 어중간하게라도 끊고 싶은데 인물들 감정선이 소강하는 지점이 분명해 보여서 그럴 수가 없다.
오늘자로 24p 가벼운 배치가 끝났고 밑그림은 11~20p까지 들쑥날쑥 그렸다. 내일은 밑선을 시작해야겠다.

확장편 목록

정문 확장편­ 〈무영과 청영〉이 마치면 종이꽃 확장편­-부록 〈한세계〉를, 이어서 종이꽃 확장편­-이토 〈와치의 장막〉과 〈한 쌍〉 두 편을 그릴 예정이다. 부록은 네 칸 만화 형식으로 본편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넘어간 설정을 풀어내기 위함이고 이토는 본편과 연결되면서도 따로 와치의 큰 흐름을 진행하기 위한 편이다. 확장편 구성을 정한지가 벌써 1년이 넘었기 때문에 거의 변동 없이 갈 것 같다.
이다음에 감상편을 쓰고, 가능하면 작업기까지 마무리하고 싶다.

덧붙여 확장편은 유료 연재다. 이것만큼은 지켜야 할 선이라고 스스로 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작업할 이야기 본편은 차례로 전체공개되고 확장편은 분량과 관계없이 유료로 발행된다. 다만 첫째 그릇 확장편의 경우 한시적으로 공개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