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63

“이제부터 예술의 비위를 맞추겠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그림에 대한 고찰이나,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의 모습이 닮는 것은 오로지 그림 안에서 허락된 일체감일 것이다.

글의 형태로 정리하는 일 없이 속으로만 곱씹어 온 마음 조각들이 있다. 그것은 와치를 그리는 동안 흔들림으로 심기어 각오의 뿌리를 내렸다. 펜을 쥔 내가 가장 눈치를 보아야 할 존재는 독자도, 편집자도, 나 자신도 아닌 그림이었다.

그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좋았다. 그림이라는 깊고 검푸른 바다에 휩쓸림이 좋았다. 그림이 가진 세계 속에서 미미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