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나라 1.7

문을 열자 약재 냄새가 계단 아래까지 은은히 퍼져 있었다. 내심 긴장이 되었다. 접수 용지에 이름과 연락처를 적을 땐 주의를 기울였다. 얼마 전 7을 외국식으로 쓰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혼동을 일으켰던 기억이 나서다.
가리키는 의자에 앉자 양 손과 오른 발목을 집게처럼 생긴 기기로 짚었다. 편히 기대 4분간 말하지 말라기에 그 지시에도 침묵했다.
젊은 한의원 선생님은 최근 건강에 대해 물은 후 책상 위 용지를 한 장 넘겨 보였다. 단계별로 색이 바뀌는 몸통 인쇄물 가운데 크고 검은 덩어리가 있었다. 선생님의 손가락이 밝은 단계를 가리켰다.
10대, 20대에는 색이 다양하고 밝아야 정상인데, 라며 다음 단계를 쭉 훑는다. 60대의 피로도에 멈춘다.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한다. 몸에 화도 많고, 분노도 높고. 그러고는 누구 미워하는 사람 있어요? 묻는다.
대답하지 않았다.
양 손가락을 찌르니 검붉은 피 대신 기름이 흘렀다.

돌아가는 길에 콩국수 잘 하는 집이 있다고 했다. 콩국수 맛이 까마득했다. 아주 어릴 적 질색을 하고는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던 것이다. 이 내키지 않는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건 오로지 써둔 플롯이 떠올라서다.
나쁘지 않았다. 콩국수가 여전히 입맛에 안 맞음을 재확인한 사람에게도 나쁘지 않을만큼 맛이 있었다.
먹길 잘했다. 어린 나이에 남은 인상대로 그리는 콩국수와 다시 먹어보고 그리는 콩국수는 분명 다른 콩국수 그림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