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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연재가 중단된 뒤 시작한 역사 공부는 그달 중순부터 올해 4월까지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와치를 떠올리기 괴로워 역사신문을 읽었고, 점차 세계사로 범위를 넓혔다.
시인 조지훈 선생님의 시집 청록집은 이야기의 바탕을 형성했다. 1월 14일부터는 일간로그를 적었다. 21일로 1부와 2부 플롯을 써나갔다. 2월은 영화 동주에 푹 빠졌으며, 윤동주 평전을 통해 송우혜 작가님의 혜안에 반했다. 3월과 4월은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4, 5, 39, 41권과 함께 시집 진달내꽃과 사슴을 읽고 필사하며 보냈다.
역사 기반의 미스터리는 자료를 독해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료와 지식이 필요했다. 스무권을 읽고 나자 앞으로 80권은 더 읽어야 한다는 결론이 남았다. 1910~1940년대의 신문 기사를 작품에 맞게 덧쓸 일, 작 중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책 전반을 집필할 일, 과거의 이야기를 만든 후 그 위에 현재 시점의 이야기를 재구성할 일. 준비기간은 길어지는데 경제적인 여건이 최악이었다. 작업을 갈무리했다.

4월 22일, 다른 이야기의 전체 모티브를 잡았다. 11일에 걸쳐 아름다운 바다를 읽었다. 5월은 단편소설 소나기를 필사하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문장들을 골랐다. 6월 내도록 플롯을 쓰고, The blue planet dvd를 보고, 삽화를 그려 화풍을 구체화했다. 20일부터는 설정집 흙을 쓰고 그렸다. 7월엔 드디어 1,2화 콘티를 짰다. 이 시기에 마주한 급성빈혈은 작품의 기점이 되었다.
8월로 들어서면서, 그동안 일간로그를 바탕으로 써온 월간작업로그를 넘어 하반기 설계를 시도했다. 달력에 6개월간의 작업 계획을 일별로 나누어 채웠다. 인물설정집을 만들고 자료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1화 스케치를 시작했다.
9월은 빠듯했다. 스케치와 수정을 반복했고, 가게와 집들의 외관과 내부구조를 그리고, 마을의 모델이 될 장소를 정하고, 지도를 그리고, 건물의 배치를 정했다. 2화 스케치로 넘어갔다.

이달 초에는 펜을 찾아다녔다. 와치 원고용 펜인 스테들러 피그먼트라이너로 그려보니 이야기의 분위기와 어우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필선과 드로잉펜 중간 정도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트리플러스 볼을 선택했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검은색이라 마음에 들었는데, 진한 연필선에 볼펜선이 뚝뚝 끊어지다 흐려지다 결국 나오지 않았다. 사는 지역에서 가장 큰 문구류 판매점을 찾았다. 0.5mm선에서 적합할만한 볼펜들을 시험해 보았다. 모나미카툰153이 의외로 찾던 선에 가까웠다. 피그먼트 라이너로 그린 칸들을 전부 새로 그렸다.
16일~19일까지 8, 9월 월간설계의 결산을 냈다. 하반기 설계 달력에 그동안 적은 일간로그를 보며 실제로 작업한 내용과 시간을 기입하고, 그 아래 일일 작업시간을 쓰고, 더해 일주일 작업시간을, 더해 한달 작업시간의 통계를 냈다. 생활 전반이 점차 어중간한 방식과 막연한 생각을 밀어내고 있다. 

11월, 나름의 새로운 일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