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열음

칼날이 돋은 양 마음이 까슬하다.

와치에서 어슨으로 넘어오면서 나는 과연 내가 만화를 계속 그려도 될 만한 인간인지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스스로가 그림을 업으로 삼고 살만한 재능이 못된다는 사실은 열몇의 어린 나이에 깨우쳤다.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괴물같은 실력의 틈에 나같은 사람이 설 자리를 찾는 헛꿈조차 기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만화가의 길은 화가와는 다른 갈래일 수 있다는 자포자기적 위로 아래, 터닝포인트와 같았던 08년도의 삶은 내게 중심 이야기를 엮어주었다. 그렇게 그림으로 말하고 싶었고, 그림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연재는 오랜 바람과 현실의 교차점이었다. 그 위로 숨표가 마치 낙인과도 같이 쿵, 하고 찍힌 순간, 내 만화를 향한 나의 시각을 더이상 믿을 수 없어졌다. 와치가 내게있어 좋은 작품이라도 만화로서 좋은 작품은 아닐지 모른다. 어슨이 내게있어 열린 작품이라도 만화로서 무미한 작품일지 모른다.
무엇도 확신이 없고 어떠한 출구도 없다.
더욱이 웹툰의 편리와 독자의 선호가 만들어내는 추세를 타고 균형잡을 감각도, 가는 방향을 따를 능력 역시도 전무하다.

결국 나는 안될 것이다. 얼마 전까진 안되리라 생각했고, 지금은 안되리라 믿는다. 느리게 느리게 이 흐름을 거슬러 걸으며 비틀대다 바스라질 것이다. 혹은 그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겠다. 선의 흐트러짐과 유려함 사이에 고민하며 색의 깊이와 정취 속에 길을 잃겠다. 이 생활 없는 생활이 끝내 단절되기까지.

어딘가로 사라지고만 싶다. 숨어들고만 싶다. 그림만 남긴 채 전부 털어버리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