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이 돋은 양 마음이 까슬하다.
연재는 오랜 바람과 현실의 교차점이었다. 그 위로 숨표가 마치 낙인과도 같이 쿵, 하고 찍힌 순간, 내 만화를 향한 나의 시각을 더이상 믿을 수 없어졌다. 와치가 내게있어 좋은 작품이라도 만화로서 좋은 작품은 아닐지 모른다. 어슨이 내게있어 열린 작품이라도 만화로서 무미한 작품일지 모른다.
과연 내가 만화를 계속 그려도 될 만한 인간일까.
무엇도 확신이 없고 어떠한 출구도 없다.
더욱이 웹툰의 편리와 독자의 선호가 만들어내는 추세를 타고 균형잡을 감각도, 가는 방향을 따를 능력 역시도 전무하다.
결국 나는 안될 것이다. 얼마 전까진 안되리라 생각했고, 지금은 안되리라 믿는다. 느리게 느리게 이 흐름을 거슬러 걸으며 비틀대다 바스라질 것이다. 혹은 그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어딘가로 사라지고만 싶다. 숨어들고만 싶다. 그림만 남긴 채 전부 털어버리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