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지난 2년 사이 세 작품의 구상을 하고, 자료를 읽고, 시놉시스를 쓰고, 인물을 빚고, 원고를 그리고, 아마추어 페이지에 연재도 했다. 꾸준히, 끈질기게 매달려 2년을 왔다. 그에 대한 수입은 전연 없이.
부모님은 더욱 거세게 자신들이 정한 길로 갈 것을 강요했고, 내 뜻대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집을 떠나야 했다.
완전한 독립은 오랜 숙원이기도 했다. 그러나 연재를 할 때도 하지 못할 때도 너절하게 들러붙은 경제적 궁핍은 나를 지겹게 옥죄었고, 다음 계약 없이는 그림 그리는 삶의 연장도 없었다.

1월 중반, 빚은 프롤로그 편 작업을 마무리한 즈음, 몇 날 며칠의 밤이 이어졌다. 폐부를 뚫고 정신에 박혀 영혼을 좀먹는 말들, 부정과 멸시의 폭력적 감정들이 온몸에 내리쳤다. 이 집에서 자신의 위치란 기르는 집짐승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지 수개월 만이었다.
죽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죽으려는 충동이 일었다. 어느 순간 정신이 돌아 베란다 문을 열고 제 몸을 내던지는 모습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끝내 내가 나를 죽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2월은 기로였다. 마지막일지 모를 작업으로 <와치 2018> 첫 번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을 그리고 싶었다. 가능하면 <빚은>과 함께 여타 플랫폼에 연재 제의를 해보고도 싶었다. 아니, 그저 뭐라도, 뭐라도 해야만 했다.

계약 문제로 결국 개인 페이지에조차 공개할 수 없게 됐지만, 계획한 대로 작업을 시작했다.
프롤로그 편을 마친 <빚은>은 이전에 작업해둔 1.1~1.4화와 시놉시스, 세계관, 캐릭터 시트를 묶어 세 군데의 플랫폼에 지원했다.
두 곳은 추구하는 작품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며 거절했고, 한 곳은 회신하지 않았다.

그렇게 2월의 절반이 지나갔다. 모든 비루한 희망이 끊치고

두 살 터울 동생은 그림을 계속해서 그릴 수 있도록 자신이 후원하겠다며
그 집으로부터 나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