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화가 반 고흐의 일대기를 날 선 필치로 해부한 평전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는 실로 문제작이 맞았다. “미치광이 천재 화가의 예술적 신화와 비극적 자살”이라는, 몇 세대에 걸쳐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온 매혹적 이야기가 치밀한 두 작가의 손에 걷히며, 인간 핀센트 판 호흐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정신을 혹사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핀센트의 끈질긴 편집증이 해묵은 고통을 환기해댔기 때문에, 몇 번이나 읽기를 그만두고 싶었다.
사람의 내면을 고작 한 꺼풀 벗겨내는 것만으로, 막연한 끌림이 대번에 사그라듦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인간애에의 회의감은 건재했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한 달여의 책 여행이었다. 빈 캔버스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