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렸다. 어깨에 닿을 만치, 그리 긴 길이도 아니었는데 근 십 년 가까이 시원하게 짧은 머리여서 그랬는지 유독 불편했다.

원래도 몸에 뭐가 거치적거리는 걸 싫어하긴 한다. 손목 발목을 조이는 옷이나 딱 맞는 정 사이즈의 옷은 물론이고 스킨로션도 피부 위에 한 겹을 덮는 느낌이라 답답하다. 핸드크림과 립밤은 무겁고 끈적거려서 더 그렇다. 춥고 건조한 겨울이면 손등이나 입술이 거칠거칠 갈라져서 아픈데도 그냥 참고 버팅길 정도다.

더욱이 신체 일부인 머리카락이랑 손톱은 매일 조금씩 꾸준히 자라니까 귀찮다고 방치했다간 금세 엉망이 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투블럭컷을, 안쪽은 짧게 밀어버리고 바깥 머리를 내려서 겉으로 봐서는 잘 티가 안 나는 스타일을 오래 고수했었다. 까까머릴 해버릴까 보다고 우스운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진짜 그랬다간 스스로 꼴 보기가 싫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손톱은 흰 부분이 안 보일 만큼 바짝 깎는다. 피아노 선생님이 항상 손가락을 둥글게 구부려 손끝으로 건반을 누르라고, 그때 손톱이 건반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라고 가르친 영향인지 모르겠다. 기억에 늘 손톱을 의식했던 것 같다. 여전히 1밀리만 자라도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가 없다. 특히 키보드 두드릴 때 손톱 끝과 자판이 닿는 게 너무너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