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기. 표상 1-11

『와치』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모 웹툰 플랫폼에서 연재한 데뷔작이다. 작품은 연재 도중 갑작스레 중단됐고, 3년의 계약 기간을 기다린 끝에 2018년을 맞았다. 재시작을 앞둔 그해 9월, 묵묵히 기다려 준 독자들을 떠올렸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정문. 표상 편은 기존에 없던 이야기이며 「종이 위에 피는 꽃」과 「동고림」을 읽고 나서야 전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구상 단계부터 ‘어느 이른 아침 두 사람의 대화’만을 써서, 새로운 독자들에겐 의문을 남기는 한편 오랜 독자들에겐 지난 이야기 사이에 감추어진 조각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익숙한 낯섦이 남도록 의도한 것이다.
처음 읽는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만 그렇게 했다.

1-11화의 첫 장은 산과 논과 숲과 작은 집들로 채웠다. 그 고요한 풍경을 그리면서 나는 비로소 와치의 세계로 돌아왔음을 실감했다. 5년 전의 내가 그렸던 색을 지금의 내가 자연스레 이어 그릴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원고 안에 있었다. 
한 사람의 고유한 언어와 방식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단 사실이 새삼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