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기. 표상 12-22

1-11화를 작업하고 돌연 건강 문제로 작업을 오래 미루어야 했다.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마감 후 일주일 만에 머리를 짚고 든 생각은 ‘지금 오는구나.’였을 뿐이다. 급성 빈혈은 주된 원인이 체질에 있고 정도에 따라 심각한 상황까지도 간다. 특히 작품을 시작하기 전 관문처럼 고비가 찾아오곤 한다.
정문. 표상 편을 마친 뒤 확장편­―새김글을 공개했는데, 유독 많은 여백 조각(칸)을 그린 이유와 그리면서 사유한 바를 이야기하고 싶어서였다.

12-22화에서 여러 조각을 할애한 무영의 시선은 그림으로 그려졌지만, 시선의 의미가 글로써 쓰이지는 않았다. 그리는 내내 무영의 속말이 이어졌으나 그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고, 앞으로도 내지 않을 것이며, 생각으로 드러내지도 않으리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무영이 “나는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하는 부분은 작업하면서 가장 동요되었던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