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기. 표상 34-44

무영이 달사의 손에서 그림을 빼내어 드는 장면의 칸을 더 크게 배치하고 팔과 종이를 흔들리는 선으로 그려야 했던 것 같다. 시놉시스의 지문에는 약간 비장한 감이 있는데 그림으로 옮기면서 동감이 사라지고 감정선도 멀어졌다.

같은 맥락에서 그림콘티보다 글콘티를 먼저 짜면서 뒤바뀐 작업 순서가 지나고 보니 의도치 않은 함정이었다고 할까, 글콘티의 한 문장을 그림콘티의 한 칸으로 배정한 장면들은 글만큼의 전달력이 없거나 굳이 필요하지 않은 군더더기 칸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그림콘티를 짤 때는 내가 평소처럼 영상을 그림으로 옮기는 게 아니라 지문을 그림으로 옮기고 있다는 자각조차 없었다.
(이 몇몇 칸들이 계속 거슬렸던 이유를 얼마 전 재편집 하다가 깨달았다.)

정문. 표상 편은 기본적인 판을 깔기 위한 이야기이다. 물론 본편을 시작하기도 전이라 작품을 소개하기에 아무래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지만, 필요한 과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