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저명한 오스트리아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슈테판 츠바이크의 뛰어나고 주요한 작품에서 영화의 영감을 떠올린 앤더슨은 배경과 액자식 스토리 전달 방식만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세계의 상실도 물려받았다.
문명의 파괴, 한 시대의 종말, 우리 삶이 우리가 속한 더 큰 역사에 의해 변형되는 끔찍한 방식들…
– 앤 워시번

많은 웨스 앤더슨 영화들처럼 이 영화는 상실을, 우리가 상실에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혹은 어떻게 절대로 적응 못하는가를 다룬다.
– 매트 졸러 세이츠

종종 이 세계가 물리적 폭력에 의해, 아주 단순한 방식과 저열한 논리를 무기 삼아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Re:

다시, 시작이다.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든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아니 실제로는 모니터 앞에 앉았지만­― 지난 시나리오를 읽은 뒤 포스타입의 각 페이지에 올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혼자만의 다짐이자 간절한 바람인 글들. 언젠가, 언젠가는…

12.28

2주간 작업이 순조로웠고, 특히 목표한 시간에 가까울 만큼 작업 시간이 늘어났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고, 무엇보다 할당한 시간이 실제 작업 시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제 마감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늘은 특별하게 여기는 날이기도 해서 원고를 꼭 올리고 싶었는데. 인생사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연재일이 워낙 제멋대로라 날을 넘기건 말건 개의치 않는 인간으로 보일 성싶지만, 실제로는 내내 초조해 한다. 생각한 예정이 틀어지는 자체를 짜증스러워하면서도 불안정한 심신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예상보다 다섯 시간도 더 걸린 대본을 마무리하고 말칸과 효과음 단계로 넘어갔다. 내일은 이어서 남은 여섯 장을 끝낸 뒤 편집까지,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21-30화도 수정하고 싶다.

딸기 케이크

어젯밤에, 크리스마스라고 솜이 딸기 케이크를 사왔다. 우린 둘다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하고, 딸기도 좋아한다. 케이크는 생크림에서도 딸기맛이 났고 시트보다 크림의 비율이 높았고 생딸기가 빵 위에도 사이에도 켜켜이 박혀있었다.
딸기맛 크림을 한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먹었다.

그럼에도

기대하지 말자, 은연중에 바라지 말자. 그러지 말기로 결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짐하고, 그래서 기대지 않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주 드물게 작품도 작업도 안부도 아닌, 행복하길 바란다는 짧은 남김말을 마주할 때면 되풀이하던 혼잣말을 잊는다. 문득 먹먹해진다.

안정

12월에 들어서면서 전체적으로 안정됐다. 완전히 뒤로 밀렸던 생활 패턴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고 있고 심장 떨리는 불안과 충동도 잦아들었다.
기분상으론 집중력도 회복되는 것 같다.

선우정아님의 앨범이, 무려 정규앨범이 나왔다. 더불어 백예린씨와 마마무의 정규앨범, 빌리 아일리시와 헤이즈문의 새 싱글까지. 그들의 음악에 매번 신세 지고 있다.

11월 말, 뽀모도로 시간 관리법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다. 30분 타이머가 울리면 5분 쉬는 방식이, 같은 시간을 써도 전보다 덜 지친다.
소요 시간을 수기로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무엇보다 중간에 뜨는 시간이 적어졌다.

+ 솜이 하룻밤을 비워도 지칠 때까지 버티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