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해가 바뀔 때면 의식처럼 썼던 마무리 혹은 여는 글을 이번에는 쓰지 못했다. 품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무거운 추처럼 가라앉은 생각, 1년 가까이 불쑥 올라와 나를 사로잡곤 했던 그 충동.

1월의 어느 밤, 솜 쪽으로 몸을 틀어 옆으로 누운 나는, 작년 1월에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자살 충동을 고백했다. 그 이후로 종종 그런 충동을 느꼈었노라고, 죽고 싶지 않은 본능과 죽기를 종용하는 충동이 속에서 부딪힌다고. 원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불안해서 심장이 떨린다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까 싶다고.
오늘에야 이 경험을 적는 이유는 병원에 다니진 않았으나 이 질척하고 암울한 것이 겨우 소강된 덕이다.

네 마음에 맺힌 게 뭐든 아무것도 아니란 말, 부모의 본심을 알면 다 풀어진단 메시지엔 분노로 맞받아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당신의 그런 말들에 나는 생에 처음으로 몸을 던져 죽고 싶었다든가 그렇게 지난 1년을 시달렸다든가 하는 속마음을 끝내 뱉어낼 수는 없었다.
유년에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무의식에서였든 아니었든 당신이 나에게 심어둔 촘촘한 죄의식은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다.

02.04

『와치』 연재 시작합니다!

이사 일정이 급박하게 겹치면서 연재 계획에 조금 차질이 있었어요. 준비를 예정대로 마치기 전이라 아쉬운 감은 있지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곧 들려드릴게요.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D.C.

안녕하세요, 한원입니다.
이 날이 오긴 오네요. 어제부로 『와치』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12월 8일, 오늘은 세번째 이야기 서광경 귀엣말 편이 업로드됐던 일자고요.

당시 연재 중단을 알린 공지 제목은 ‘숨표 ∨’였습니다. 그 내용이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미안과 감사였다면 제목은 차마 뱉어낼 수 없는 심정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숨표란, 쉼표가 없는 곳에서 숨을 쉴 것을 지시하는 악보 기호로, 저는 이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가져와 붙였습니다. 사실 그때의 와치에 쉼표는 없었어요.

그렇게 3년을 넘기고야 비로소 다 카포,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와치 2018 연재 예정 목록

1장 『여로』
정문. 표상表象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둘째 그릇. 점·선·면
셋째 그릇. 동고림
넷째 그릇. 서광경

2장 『동반』
중문. 목하의 참상

다섯째 그릇. 와치瓦卮
여섯째 그릇. 파노罷駑
일곱째 그릇. 그림 속에 담긴 숨
여덟째 그릇. 무로霧露


기다려 주신 분들께 다시 새로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곧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