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기 (9월의 글)

우울을 지나 궤도로 돌아가고 있다.

종이 원고에서는 깔끔한 선화의 느낌이 드는데 스캔해서 디지털로 넘어가면 좀더 투박한 선처럼 보인다. 그 느낌이 붓 브러쉬와 어울려서, 수작업 과정에서도 붓으로 그리는, 약간 뭉치는 듯한 분위기를 내려고 의식하면서 그렸다.

우울 끝에 남은 것이 있다면, 약간 자유롭고 우연에 맡기는? 붓을 내려긋는 순간의 우연에 의지하는?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다. 그림에 충실하되 손의 힘은 빼는.

“우울”

“우울”이란 단어를 쉽게 적고 자주 말하는 건 자신을 위한 과잉 변호에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동정하고 싶은지, 남의 동정을 받고 싶은지, 그도 아니면.
우울은 항상 함께 있었는데 왜 우울을 자각해서 거기에 매이고 손을 놓는지도 모르겠다.

누락

9월에 남긴 임시글에는 2주간의 우울을 지나 본 궤도로 돌아가고 있다고 적혔다.
10월의 원고는 최악이었다. 더 실망스럽던 건, 집중력 저하로 선이 가볍단 걸 인지하면서 그은 것, 그렇게 끝낸 것, 그대로 올린 것.
그리고는 다시 우울로 가라앉았다. 아, 이건 오래 가겠구나, 이젤에 펼쳐둔 원고를 파일에 넣으며 생각했었다.

11월이 갔다.
12월의 첫 월요일에는 이를 뽑았다.

공방, [조각판]

작업기: 조각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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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 카테고리에 정문. 표상 1-11, 12-22 작업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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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11-20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11-20 딜리헙 | 포스타입 바로가기

이야기의 주제와 방향은 물론 바뀌지 않지만, 대사는 꽤 수정합니다.
+ 이번 화에는 2013년에 누락시켰던 소리를 넣었습니다.


한 문장을 적기 위해 2시간을 들였다. 말을 그림 위에 올렸을 때 그 공간이 맞게 채워졌다고 느꼈지만, 그걸 위한 2시간이었다고 끄덕였지만 결국은 맥이 풀렸다. 꼬박 열 시간. 종이나 라이트 박스나 모니터를 들여다 본다. 지난한 일이다.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1-10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1-10 딜리헙 | 포스타입 바로가기

어쩌면 제가 가장 기다렸을, 첫째 그릇 드디어 올립니다.
작업하면서 정말이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못내 반갑다가 슬프다가 진이 빠졌다가…

그래도 다시금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부디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