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째 주

7월 첫째 주에는 포스타입과 딜리헙 페이지에 소소한 업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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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엔 이런저런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꽤 바쁘게 보냈습니다. 종종 현기증이 납니다.

4월, 5월

<조짐> 이후 무려 세 달 만에 적는 근황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저는 매번 꼭이라고 할 만큼, 작업이 한창인 시기에 건강이 엎어지곤 했습니다. 그 시작은 정식 연재 전 『와치』 1화를 작업하던 2013년 7~8월 경이었고 두 번째는 「서광경」 上편을 마무리할 무렵이었습니다. 이후 세 개의 작품을 준비했을 때에도 연이어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래서 「표상」 1화를 마치고 일주일 후 머리를 짚고 든 생각은 ‘지금 오는구나.’ 였습니다.

종종 언급하곤 했으니 아는 분은 아시겠지요. 급성 빈혈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물려받은 체질에 원인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13년도에 거의 죽을 뻔했던 경험 때문에 온다 싶으면 전과 달리 바로 손을 놓게 됐습니다.

이번 고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는데, 2화 마감을 하고 나서 느닷없는 우울로 다시 터널 행이었습니다. 3화를 마감한 즈음 더욱 침잠해서는 그림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보다 글로 떠드는 사람이 자기 공간에서조차 입을 다무는 건 보통 그런 이유일 거예요.

그리고 「정문. 표상」 편을 닫은 이 며칠, 거짓말처럼 정신을 회복했습니다. 팽개쳐 두었던 2월부터 5월까지의 월간 정리도 바로 어제 끝냈습니다.

『와치 2018』은 이렇듯 발버둥 치는 꼴을 실시간으로 드러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입니다. 그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려고요. 함께 해 주시는 분들께 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작업 이야기

1. 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태로 홍보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중이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SNS로 보기 편한 방식의, 내용은 좀 무거워도 형식과 작화가 가벼운 작품을 계획했습니다.

18년 3월에 준비하기 시작해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들었어요. 책 읽고 정리하는 데만 거의 6개월이 걸렸습니다. 3회분 시놉시스를 쓰면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기록으로써 들여다보았고 거기서 한발 물러나 삶을 복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 성으로 진행한 새 작품이 제가 계획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다음에야, 이 이야기가 왜 나에게 왔는지 앞으로 어떤 준비를 거쳐야 할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2. 와치 연재가 중단된 다음 해에 저는 세 가지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역사 미스터리였습니다. 역사 기반이라 시놉시스를 쓰던 도중 준비 기간이 부족해 미뤄 두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수국으로, 20화 단편에 회별 시놉시스까지 전부 끝내고 1화 원고를 그려 공개했습니다. 서른다섯 즈음, 말하자면 연주의 나이 즈음, 제가 그 이야기를 감당할 만큼 성숙할 때 이어 그리려고 해요.

세 번째 이야기는 EARTHEN; 빚은이고 제 안에서는 와치와 짝을 이루는 작품이에요. 가능하면 와치를 연재하면서 함께 그리고 싶기 때문에 작업 시간 배분을 고민 중입니다.

3. ‘내가 이야기를 짠다’기보다 ‘이야기가 나를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을 만난 이상 그려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낍니다. 순서와 때를 기다릴 뿐이죠.

4. 와치 2018을 작업하면서는 따로 연재처를 찾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냉소적인 감정이 남아있어요. 뭣 같은 성격이라 내키는 대로 해보려고요.

이런저런 이야기

1. 집을 나온 지도 벌써 1년입니다. 이달 초에 이사했어요. 솜이 작은 방을 제 작업실로 주어서 분수에 넘치는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2. 2월 4일이 생일이었습니다. 그간 레진코믹스 데뷔일이었던 9월 3일에 기념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부러 날을 맞춰 와치 2018 이토. 손 편을 4일 날 공개했습니다.

3. 최근 들어서야 다양한 웹툰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됐습니다. 출판 도서에 익숙하다 보니 웹툰에 적응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틈에서 과연 내가 만화를 그려도 되나 싶은, 별수 없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4. 무려 15년이나 아득바득 깨물어 먹었던 얼음을 최근에 겨우 끊었습니다. 오랫동안 얼음이 맛있어서 먹었고 지금도 맛있지만, 더는 안 되는 시기가 왔어요. 대신 물을 끊임없이 마시는 중입니다.

공백

해가 바뀔 때면 의식처럼 썼던 마무리 혹은 여는 글을 이번에는 쓰지 못했다. 품은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기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무거운 추처럼 가라앉은 생각, 1년 가까이 불쑥 올라와 나를 사로잡곤 했던 그 충동.

1월의 어느 밤, 솜 쪽으로 몸을 틀어 옆으로 누운 나는, 작년 1월에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자살 충동을 고백했다. 그 이후로 종종 그런 충동을 느꼈었노라고, 죽고 싶지 않은 본능과 죽기를 종용하는 충동이 속에서 부딪힌다고. 원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불안해서 심장이 떨린다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까 싶다고.
오늘에야 이 경험을 적는 이유는 병원에 다니진 않았으나 이 질척하고 암울한 것이 겨우 소강된 덕이다.

네 마음에 맺힌 게 뭐든 아무것도 아니란 말, 부모의 본심을 알면 다 풀어진단 메시지엔 분노로 맞받아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당신의 그런 말들에 나는 생에 처음으로 몸을 던져 죽고 싶었다든가 그렇게 지난 1년을 시달렸다든가 하는 속마음을 끝내 뱉어낼 수는 없었다.
유년에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무의식에서였든 아니었든 당신이 나에게 심어둔 촘촘한 죄의식은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다.

8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 다만 저번 글로부터도 더 아래로 바짝 내려가면서 조각 글조차 적지 않게 되었다.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는 이제 세 번째에 이르러 중후반부에 들어섰다. 총 950페이지를 250페이지로 옮겨 적었고, 통째로 스캔한 페이지는 43개 목록별로 나누어 정리하였다. 이 일주일은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작품 목록에 해당 내용까지를 다시 별개의 파일로 정리하며 보냈다.
7월엔 이 작업과 RECORD 1.3 원고를 병행하다가 8월에는 온전히 책에 집중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2』, 『쥐 I』, 『쥐 II』를 다시 읽었으며(앞으로 몇 차례는 더 읽어야 할 터다.) 『META MAUS』를 집어 들었다. 『그레이스』는 절반을 읽었다. 이다음은 긴 호흡으로 『토지』에 매달릴 터다.

다음 주에는 첫 시놉시스를 위해 펜을 든다. 모든 정황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