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12월에 들어서면서 전체적으로 안정됐다. 완전히 뒤로 밀렸던 생활 패턴도 천천히 제자리를 찾고 있고 심장 떨리는 불안과 충동도 잦아들었다.
기분상으론 집중력도 회복되는 것 같다.

선우정아님의 앨범이, 무려 정규앨범이 나왔다. 더불어 백예린씨와 마마무의 정규앨범, 빌리 아일리시와 헤이즈문의 새 싱글까지. 그들의 음악에 매번 신세 지고 있다.

11월 말, 뽀모도로 시간 관리법에 대해 새로 알게 되었다. 30분 타이머가 울리면 5분 쉬는 방식이, 같은 시간을 써도 전보다 덜 지친다.
소요 시간을 수기로 계산하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무엇보다 중간에 뜨는 시간이 적어졌다.

+ 솜이 하룻밤을 비워도 지칠 때까지 버티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작업기 (9월의 글)

우울을 지나 궤도로 돌아가고 있다.

종이 원고에서는 깔끔한 선화의 느낌이 드는데 스캔해서 디지털로 넘어가면 좀더 투박한 선처럼 보인다. 그 느낌이 붓 브러쉬와 어울려서, 수작업 과정에서도 붓으로 그리는, 약간 뭉치는 듯한 분위기를 내려고 의식하면서 그렸다.

우울 끝에 남은 것이 있다면, 약간 자유롭고 우연에 맡기는? 붓을 내려긋는 순간의 우연에 의지하는? 그런 방식으로 작업하고 싶다. 그림에 충실하되 손의 힘은 빼는.

“우울”

“우울”이란 단어를 쉽게 적고 자주 말하는 건 자신을 위한 과잉 변호에서 비롯됐는지 궁금하다. 스스로를 동정하고 싶은지, 남의 동정을 받고 싶은지, 그도 아니면.
우울은 항상 함께 있었는데 왜 우울을 자각해서 거기에 매이고 손을 놓는지도 모르겠다.

누락

9월에 남긴 임시글에는 2주간의 우울을 지나 본 궤도로 돌아가고 있다고 적혔다.
10월의 원고는 최악이었다. 더 실망스럽던 건, 집중력 저하로 선이 가볍단 걸 인지하면서 그은 것, 그렇게 끝낸 것, 그대로 올린 것.
그리고는 다시 우울로 가라앉았다. 아, 이건 오래 가겠구나, 이젤에 펼쳐둔 원고를 파일에 넣으며 생각했었다.

11월이 갔다.
12월의 첫 월요일에는 이를 뽑았다.

7월 첫째 주

7월 첫째 주에는 포스타입과 딜리헙 페이지에 소소한 업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
6월엔 이런저런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꽤 바쁘게 보냈습니다. 종종 현기증이 납니다.

4월, 5월

<조짐> 이후 무려 세 달 만에 적는 근황입니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저는 매번 꼭이라고 할 만큼, 작업이 한창인 시기에 건강이 엎어지곤 했습니다. 그 시작은 정식 연재 전 『와치』 1화를 작업하던 2013년 7~8월 경이었고 두 번째는 「서광경」 上편을 마무리할 무렵이었습니다. 이후 세 개의 작품을 준비했을 때에도 연이어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래서 「표상」 1화를 마치고 일주일 후 머리를 짚고 든 생각은 ‘지금 오는구나.’ 였습니다.

종종 언급하곤 했으니 아는 분은 아시겠지요. 급성 빈혈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물려받은 체질에 원인이 있기도 합니다. 다만 13년도에 거의 죽을 뻔했던 경험 때문에 온다 싶으면 전과 달리 바로 손을 놓게 됐습니다.

이번 고비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는데, 2화 마감을 하고 나서 느닷없는 우울로 다시 터널 행이었습니다. 3화를 마감한 즈음 더욱 침잠해서는 그림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말보다 글로 떠드는 사람이 자기 공간에서조차 입을 다무는 건 보통 그런 이유일 거예요.

그리고 「정문. 표상」 편을 닫은 이 며칠, 거짓말처럼 정신을 회복했습니다. 팽개쳐 두었던 2월부터 5월까지의 월간 정리도 바로 어제 끝냈습니다.

『와치 2018』은 이렇듯 발버둥 치는 꼴을 실시간으로 드러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입니다. 그저 갈 수 있는 데까지 가 보려고요. 함께 해 주시는 분들께 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작업 이야기

1. 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사태로 홍보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중이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SNS로 보기 편한 방식의, 내용은 좀 무거워도 형식과 작화가 가벼운 작품을 계획했습니다.

18년 3월에 준비하기 시작해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들었어요. 책 읽고 정리하는 데만 거의 6개월이 걸렸습니다. 3회분 시놉시스를 쓰면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기록으로써 들여다보았고 거기서 한발 물러나 삶을 복기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프로젝트’ 성으로 진행한 새 작품이 제가 계획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다음에야, 이 이야기가 왜 나에게 왔는지 앞으로 어떤 준비를 거쳐야 할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2. 와치 연재가 중단된 다음 해에 저는 세 가지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역사 미스터리였습니다. 역사 기반이라 시놉시스를 쓰던 도중 준비 기간이 부족해 미뤄 두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수국으로, 20화 단편에 회별 시놉시스까지 전부 끝내고 1화 원고를 그려 공개했습니다. 서른다섯 즈음, 말하자면 연주의 나이 즈음, 제가 그 이야기를 감당할 만큼 성숙할 때 이어 그리려고 해요.

세 번째 이야기는 EARTHEN; 빚은이고 제 안에서는 와치와 짝을 이루는 작품이에요. 가능하면 와치를 연재하면서 함께 그리고 싶기 때문에 작업 시간 배분을 고민 중입니다.

3. ‘내가 이야기를 짠다’기보다 ‘이야기가 나를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에 이 이야기들을 만난 이상 그려내야 할 의무와 책임을 느낍니다. 순서와 때를 기다릴 뿐이죠.

4. 와치 2018을 작업하면서는 따로 연재처를 찾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냉소적인 감정이 남아있어요. 뭣 같은 성격이라 내키는 대로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