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까지 걸어간다

인내의 범주에 가장 인접한 욕구는 책 구매욕이다. 책은 그림과 함께 나를 채우는 양식 중 하나이며, 거추장스러운 육체에서 벗어나 어린 왕자의 별까지, 그리고 고흐의 밤하늘의 별까지도 걸어가게 한다.

서문, 2001

작품이 나간 이상 독자에게는 읽을 권리가 있고 이미 작가 손에서 떠난 거라며, 꾸지람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구세대에 속하고 편협한 나로서는 문학작품이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생산되고 소비되는 오늘의 추세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상인과 작가의 차이는 무엇이며 기술자와 작가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차이가 없다면 결국 문학은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의미를 상실한 문학, 맹목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삶,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책이 다시 나가게 되니 마음은 석연찮다. 자기연민이랄까, 자조적이며 투항한 패잔병 같은 비애를 느낀다. 나는 왜 작가가 되었을까.
/ 토지, 박경리

반  고흐, 63

“이제부터 예술의 비위를 맞추겠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그림에 대한 고찰이나,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바람의 모습이 닮는 것은 오로지 그림 안에서 허락된 일체감일 것이다.

글의 형태로 정리하는 일 없이 속으로만 곱씹어 온 마음 조각들이 있다. 그것은 와치를 그리는 동안 흔들림으로 심기어 각오의 뿌리를 내렸다. 펜을 쥔 내가 가장 눈치를 보아야 할 존재는 독자도, 편집자도, 나 자신도 아닌 그림이었다.

그림의 눈치를 보는 것이 좋았다. 그림이라는 깊고 검푸른 바다에 휩쓸림이 좋았다. 그림이 가진 세계 속에서 미미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즐거웠다.

197, 880725

화가가 자기 그림에 너무 몰두해서 감정적으로 점점 피폐해지고 가정생활이나 다른 일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할 때, 그래서 그가 단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자기 희생과 자기 부정, 그리고 상처받은 영혼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면,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 역시 그만큼 힘든 일이다.

LEON

“Leon, I feel maybe I’m in love. I can really feel it, in here. I feel something like pain in here moving up hazily.”

“You’ve given me a taste for life. I want to be happy, sleep in a bed, have roots. You’ll never be alone again. I love you, Mathil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