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안녕하세요, 한원입니다.
이 날이 오긴 오네요. 어제부로 『와치』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12월 8일, 오늘은 세번째 이야기 서광경 귀엣말 편이 업로드됐던 일자고요.

당시 연재 중단을 알린 공지 제목은 ‘숨표 ∨’였습니다. 그 내용이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미안과 감사였다면 제목은 차마 뱉어낼 수 없는 심정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숨표란, 쉼표가 없는 곳에서 숨을 쉴 것을 지시하는 악보 기호로, 저는 이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가져와 붙였습니다. 사실 그때의 와치에 쉼표는 없었어요.

그렇게 3년을 넘기고야 비로소 다 카포,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와치 2018 연재 예정 목록

1장 『여로』
정문. 표상表象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둘째 그릇. 점·선·면
셋째 그릇. 동고림
넷째 그릇. 서광경

2장 『동반』
중문. 목하의 참상

다섯째 그릇. 와치瓦卮
여섯째 그릇. 파노罷駑
일곱째 그릇. 그림 속에 담긴 숨
여덟째 그릇. 무로霧露


기다려 주신 분들께 다시 새로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곧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숨표, 이면

지난 15년 11월 26일, 원고 작업 중에 담당피디님으로부터 짧은 메일을 받았다. 작품의 조회수와 수익을 들어 지표가 낮고 앞으로의 반등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으며, 사실상 일방적인 중단 통보였다. 12월 1일, 연재를 유보해야 했으며 당월 8일 <귀엣말> 편 업로드를 끝으로 레진코믹스에서의 와치 연재는 중단되었다.

18년 1월, 작품 활동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지금이 아니면 다음 이야기를 그릴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사정을 설명하고 계약해지를 요청했으나 22일, 법무팀 및 유관부서와 조기 해지를 논의해보겠다는 답변에 이어 26일, 계약서에 명시된 일자인 올해 12월 7일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POSTYPE 51.8hz

원활한 작품 활동을 위한 페이지를 따로, 포스타입에 개설했습니다. 연재처를 만날 때까지『EARTHEN ;빚은』은 이 공간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
https://ebhertz.postype.com/


지난 2013~2015년까지 레진코믹스에서 『와치』를 연재하며 체득한 한 가지는 :제 작업 스타일이 플랫폼의 시스템과 상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획일적인 연재 기간이며 임의로 정하는 가격, 플랫폼이 추구하는 방향 등이 제 작품의 가치관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작품에 어울리는 연재 형태를 고민해 왔습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방향은, 개인 페이지에 작품을 올리면서 작품의 호흡에 따라 연재 주기를 정하고, 회당 가격의 최저·최고가만 지정해 그 안에서 독자가 구매 혹은 후원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작가 개인이 작업하는 와중에 무단 복제까지 경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수익으로 기본적인 작업 환경을 갖추자면 그만한 독자층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전제 역시 마찬가지, 우선 타개책을 마련해야 하죠.
그래서 이 목표 자체가 아주 나중의 꿈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당장은 연재를 위해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만

우연히 포스타입을 접하면서 정식 연재 전까지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도 재밌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보완할 기회가 되길 바라면서요.

작업 과정이나 소소한 일러스트도 가능한 한 올리려 합니다.
편안히 감상하시고, 원하신다면 후원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숨표


쉼표가 없는 곳에서 숨을 쉴 것을 지시하는 기호

끝은 때로 예기치 못한 날에,
이제야 좀 볕을 쬐는가 싶어 수면 위로 등을 내보인 순간에
찾아온다.

세번째 이야기는 나의 삶과 맥을 같이 했다. 닻 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다 끝내 가라앉고 마는 지금조차도.
上편을 그린 세 달의 주간 연재 기간엔 실제로 수십 일을 기대앉아 잤고, 바라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이 행운일지 절망일지 묻는 경도를 그려내며 들어야 했던 그날의 진심은 선명한 상흔을 남겼다. 이후 세 달에 가까운 침체와 연재 중단을 거쳐 해명과 운도를 만났고, 율기가 조모께 내쳐지는 실상 마지막 편은 작업 중후반부- 7월 8일 집을 나와, 급히 얻은 한 칸짜리 방에서 마감했다.
어떻게 이 흐름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귀엣말 편을 작업하던 도중 와치의 연재 중단을 논의하게 된 이 거부할 수 없는 일체감을.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에 대해 인정하는 우인의 말에 동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고작 세시간 사이에 와치를 유보하기로 결심, 스스로도 놀랄만큼 순순히 수긍하고 마음을 갈무리했다.

그리하여
귀엣말 편 마지막 부이의 물음은 원래의 의도를 넘어 그 칼끝을 내게 겨눈다.
나에게 율기는 그림 그 자체를 상징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끝내 그를, 와치를 난도질하고 만 것은 누구인지,
그림에 가장 필요없는 자는 누구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