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주가 올해의 최장 슬럼프 기간이었다. 이젤에 늘어놓은 원고는 꼴 보기 싫었고 펜도 잡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러고 사는지, 실패 이상의 결과가 있긴 할는지.
내장을 꺼내어 샅샅이 훑고 싶었다. 어긋난 뼈를 쳐서 붙이고 싶었다. 병에건 돈에건 무릎 꿇려서 그 집으로 돌아가게 될까, 숨통이 막혀서는 잘못된 길로 향했었다 고백하게 될까.
내 그림에 갖는 확신은 언제나 얕고 약해서 걸핏하면 부서지고 흩어진다. 의구심은 발목에 걸린 느슨한 올가미다. 무난하게 넘기는 듯싶다가도 사소한 챔질 한 번에 끌려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