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송백의 화정 1-20 밑선 단계다. 첨부한 칸은 오늘 오후에 작업한 것.

늘어놓은 바구니와 그릇, 끓는 솥과 지글대는 기름, 캐온 봄나물 더미, 올망졸망 제 할 일로 바쁜 사람들. 어쩔 수가 없구나, 속으로 되뇌었다.
이런 조각은 평균 세 시간가량 진득하게 붙어 그려야 한다. 효율은 떨어지고 수지도 맞지 않는 데다 결국은 얼마 안 되는 체력마저 갉아먹는 짓이란 걸 알면서도, 좋아서.
요즘은 하루하루가 이래서 마감을 어느 세월에­, 재밌다, 아 또 이러고 있어, 신난다, 어쩔 수 없지, 아니 그래서 마감을…, 의 반복이다.

떠오르기

달의 결영 마감을 치르고는 컨디션 난조로 꽤 오래 작업을 쉬었다.
억눌려 있던 짜증이 한순간에 목구멍까지 치받았다. 내 처지가 새삼 비루하고 너절했다. 일주일은 화가 분간 없이 이리저리 튀었다. 가볍게 역풍을 맞았고, 즉시로 내 주제를 파악했다. 바짝 엎드리고 나니 도리어 마음이 편했다. 

별첨부록 다음 화 콘티를 짜는 중에 이 에피소드는 적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폐기하고 원래 하려던 주제를 풀어야 할 것 같다.
송백의 화정은 47p 러프 스케치 진행 중이다. 주된 인물들 나이대가 어리고 분위기도 오손도손해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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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결영 2화, 1~12p 전체 원고의 선을 절반가량 끝냈다. 슬럼프 전에 이미 밑그림을 끝내 놓았던 터라 진행이 수월했다.
무영과 청영 편을 마치고 나서부터 내내 작업 생각뿐이다. 많이, 더 많이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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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25-33. 원고를 스크롤 형식으로 배치했다.
나는 주로 인물의 감정선과 주목되는 지점에 따라 간격을 좁히거나 벌리거나 하는데, 연재 페이지에서는 내 의도보다 더 늘어져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0.5센티 차이로 호흡이 짧거나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갈된 체력과 집중력을 쥐어짜 내어 편집을 끝냈다.

포스타입과 딜리헙 연재 페이지에 예약 발행했다. 내일 저녁 9시에 게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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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25-33. 일부 대사를 수정하고 의성어, 의태어를 넣었다.
포스타입에 게시한 종이 위에 피는 꽃 두어 편을 오랜만에 열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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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회복되었다.
무영과 청영 31, 32, 33p 말칸을 마저 넣었다. 저녁에 일부 대사를 수정했다. 송백의 화정 콘티를 보며 간접적으로 맞물리는 대사를 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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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25-33. 원고에 대사를 배치했다.
25, 26, 27, 28, 29p 말칸을 넣었다.

피로감이 급격히 몰려왔다. 저녁을 먹고는 식탁에 엎드려 있다가 잠깐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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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표상 편 대본을 읽고 에버노트, 폴라리스 백업본과 대조했다.
무영과 청영 대본을 다시 훑은 다음 연재된 원고와 비교하며 대사 일부를 수정했다.
120년 연혁 시트와 인물 시트를 확인하고 1부 특별편 이레와 수호 시놉시스를 읽었다.
25-33 대본을 수정했다.

적어둔 시놉시스와 대본, 인물들 시간대와 시대 흐름을 재정립하는 데에 이날 하루를 통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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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33p 대나무 숲 색을 추가했다.
25, 26p는 다른 페이지보다 마루, 책상, 의복 색이 옅어서 위로 한두 겹을 덧발랐고, 33p는 마루 색이 짙어서 불투명도를 조절해 전체 톤을 맞추었다.
25~33p. 인물 머리 선을 정리하고 비워 두었던 동공 색을 넣어 마무리했다.

전체 대본과 콘티를 찬찬히 다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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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33p. 벽, 가옥, 가구, 물건, 흙, 숲, 초목, 인물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26, 27, 31, 32p 대나무 숲 색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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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31p. 흙, 숲, 초목, 배경, 벽, 가옥, 가구, 물건,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32p, 흙, 숲, 초목, 배경, 벽, 가옥,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각각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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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30p. 물건, 흙, 숲, 초목,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저녁에는 애니메이션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를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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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29p. 벽, 창살, 가옥, 가구, 책상, 물건,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밑색을 바를 때 뭘 잘못했는지 툴 값을 조절해도 선택 범위가 자잘했다. 올가미 툴로 일일이 조정하느라 시간이 배로 들었다.
30p 벽, 가옥, 가구, 책상 레이어에 색을 얹었다. 전체 구도라 금방 지칠 줄 알았는데 저녁 식사를 하고 씻고 나자 약간 컨디션이 회복되어 작업 진행이 빨랐다.

그런 와중에 송백의 화정 편에 연관된 단상들이 머리를 스쳤다. 요즘은 줄곧 화정의 이야기가 팝업북처럼 튀어 올랐다 닫힌다.

석간주색 & 두록색

무영과 청영 19-24 원고 작업할 적에 색을 섞어 쓰고는 메모해 두지 않은 바람에 무슨 색 조합인지 찾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다.

책상 색이 어느 칸에선 미묘하게 붉은빛이 도는 것 같고, 또 어느 칸에선 바탕이 연한 갈빛인 것도 같고… 적토색인지 갈색인지 혹은 그냥 다자색인지, 색이 몇 겹으로 겹치는지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 보여 한참을 헤맸다. 비슷한 계열의 색 중에선 석간주색이 가장 그럴듯했다.
서랍장은 추향색과 두록색 조합인 것 같은데 도무지 비슷한 결의 색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도 장 색을 내느라 고생했었는데, 왜 어디에도 적어놓질 않고, 이 멍청아… 익숙한 나무람이 뒤따랐다.

이전 원고의 색감이 칸마다 달라 보여 더 헷갈렸고, 액정의 미묘한 색감 차이로 인해 결국은 거기서 거기 같기도 했다.
두록색을 진하게 내고 추향색을 옅게 올리고, 두록색도 옅게 추향색도 옅게 올리고, 두 색을 옅게 번갈아 올리고, 추향색을 얇게 바르고 두록색을 겹쳐 올리고. 필압은 균일하게, 색은 엷게 여러 겹 바르는 방법이 그나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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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27p. 물건,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28p부터는 스캐너를 바꾸면서 dpi를 600으로 높여 놨는데, 색을 칠하려고 보니 브러쉬 텍스쳐 크기가 작았다. 설정을 300으로 돌리고 29~33p 역시 해상도와 보정 값을 일괄 수정했다.
28p 벽, 가옥, 가구, 물건, 하늘, 흙, 초목,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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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과 청영 26p 벽, 창살, 가옥, 가구, 물건,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27p 흙, 초목, 벽, 가옥, 가구 레이어에 색을 얹었다.
충분히 예열된 감각으로 작업에 속도가 붙은 반면 컨디션은 저조했다. 중간중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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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공판을 설치했다.
무영과 청영 25p. 벽, 가옥, 가구, 책상, 물건, 인물 레이어에 색을 얹어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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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아이스 스케이트장에 다녀왔다. 스케이트도 롤러블레이드도 탄 지가 까마득해서 중심이나 잡으면 다행이다 싶었는데, 의외로 금방 적응했다.

2025

2025 청사의 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직전의 글이 음울해서 신경 쓰이지만, 하루의 끝이자 한 해의 끝에 든 제 심정을 솔직하게 적고 싶었어요.
그림 얘기는 맞는데 작업을 그만둔다는 뜻은 아니에요. 본질적인 얘기라 에둘러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혹여나 들러보실 분들을 위해 짧게 남깁니다. 늘 건강하고 무탈한 한 해 보내시기를 바라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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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나는 딱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 아몬드 한 알을 입에 넣고 몇 번 씹어 넘기려는데 도무지 삼킬 수도, 마저 씹을 수도 없었던 날을.
나는 사람이 영양가라곤 없는 식사를 그렇게 오래, 그렇듯 적게 하면 식도가 닫히기도 한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그림을 선택한 후로 죽음은 늘 내게 가까웠다. 살갗으로, 피로, 심장으로, 위장으로. 비유도 과장도 아니어서 생생하게 무서운 시간이었다.
바로 그런 사선에 발을 걸치고야 나는 그림을 떨쳐 내었다. 질긴 자아가 끝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갔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생각했다. 목숨줄처럼 붙들었으나 목숨은 아닌 것을 이제는 놓을 수밖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