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주색 & 두록색

무영과 청영 19-24 원고 작업할 적에 색을 섞어 쓰고는 메모해 두지 않은 바람에 무슨 색 조합인지 찾느라 시간을 꽤 허비했다.

책상 색이 어느 칸에선 미묘하게 붉은빛이 도는 것 같고, 또 어느 칸에선 바탕이 연한 갈빛인 것도 같고… 적토색인지 갈색인지 혹은 그냥 다자색인지, 색이 몇 겹으로 겹치는지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 보여 한참을 헤맸다. 비슷한 계열의 색 중에선 석간주색이 가장 그럴듯했다.
서랍장은 추향색과 두록색 조합인 것 같은데 도무지 비슷한 결의 색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도 장 색을 내느라 고생했었는데, 왜 어디에도 적어놓질 않고, 이 멍청아… 익숙한 나무람이 뒤따랐다.

이전 원고의 색감이 칸마다 달라 보여 더 헷갈렸고, 액정의 미묘한 색감 차이로 인해 결국은 거기서 거기 같기도 했다.
두록색을 진하게 내고 추향색을 옅게 올리고, 두록색도 옅게 추향색도 옅게 올리고, 두 색을 옅게 번갈아 올리고, 추향색을 얇게 바르고 두록색을 겹쳐 올리고. 필압은 균일하게, 색은 엷게 여러 겹 바르는 방법이 그나마 괜찮았다.

8&33

한해살이풀처럼 연명하는 심정으로 맞이한 8주년, 작가로서도 개인적인 삶 속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2021년의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더 늦기 전에 뭐라도 해야지 싶어진 나는 드로잉북을 꺼내 들었다. 언제나처럼 가만히 자축하고 넘어가자고 일러스트 밑그림을 끄적이다 손을 놓고는 몇 달을 보낸 참이었다.
그리고 아주 단순한 계기로, 작년 추석 때 화르륵 타올랐다가 네가? 라는 자조적 비꼼에 단념하고 말았던 리퀘스트 이벤트를 단행하기로 했다. 언제 또 내켜서 이렇게 판을 벌일지도 알 수 없는 일, 또 성격상 흐름을 타지 못하고 제쳐두면 그대로 몇 년은 묵히고 마니 드물게 긍정하는 사이에 밀고 나가자며 재촉한 것이다.

기념 그림의 틀은 숫자 8 모양과 손거울이다. 거울은 전부터 와치의 상징물 가운데 하나로 꼽아 이야기 안에서도 활용한 바 있기 때문에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와치의 복장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좀 매니쉬해졌다. 갓끈과 턱시도 조합이 묘하다 할까, 두꺼운 갓끈이 귀엽길래 신나서 그린 것이 뜻밖에 보닛을 연상시킨다.
무영은 특유의 분위기 자체가 중성적인 느낌이다. 그런 인물이라는 요소를 넣은 기억이 없음에도 그려놓고 보면 항상 비슷한 색감이 배어나온다. 얇은 판유리 수십 장을 접합해 만든 단단한 유리창 같은 사람, 그래서 와치의 중심축은 바로 이 사람이구나, 하게 된다.

8주년

〈와치〉 8주년을 기념하며 리퀘스트 받습니다.
9월 20일부터 22일 추석 기간에 그릴 예정이고 기본적으로는 모작의 형태로, 연습 겸해서 가볍게 진행하겠습니다.
신청하실 분은 이미지 파일 한 장, 작품 컷이라면 제목과 캐릭터 이름을 적어주세요. 와치의  경우 원하시는 장면을 첨부하시면 디지털 작업을 해서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파일은 트위터 @Mhnwn 쪽지나 메일 hbleuw@naver.com 편하신 쪽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

종이 위에 피는 꽃 마침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110-120 | 딜리헙포스타입 바로가기

마무리 회차인 만큼 조각마다 인원수가 많기도 하고 늘 애를 먹이는 건물 구도도 쉽지 않아서 마감까지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밀도가 높은 칸은 평균적으로 선화까지 재밌다가 밑색에서 죽어나곤 하는데, 이번에는 특히 더 힘들어서 속으로 다시는, 다시는…을 외며  색을 발랐다.
그리고 첫째 그릇의 마지막화라 그랬는지 끝페이지의 음영을 덮고 나자 아주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해방감도 아니고 피로감도 아닌, 바깥과 차단된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몇 분인가 멍하니 앉았다가 파일을 저장하고 꺼버렸는데 마감하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어서인지 퍽 인상에 남았다.

실은 이 얘기를 남김말에 적으려고 했는데 감정선을 깰 것 같아 자제했어요. (..)
어쨌든 굽이굽이 곡절을 지나 무사히 마쳤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마워요!

종이 위에 피는 꽃 (9)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81-90 | 딜리헙포스타입 바로가기

초반에는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드물게도 예정대로 작업을 진행하다가 후반부에 완전히 무너졌다. 이런 얘기도 이제 지긋지긋하지. 지긋지긋할 만큼 자주 오는 것도.

이번 업데이트부터는 지난 유료분 한 화씩을 차례로 전체공개합니다.

종이 위에 피는 꽃 (8)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72-80 | 딜리헙포스타입 바로가기

첫째 이야기 3분의 2지점에 이르러서야 원고, 색감, 이야기의 결이 착 붙은 느낌이 든다. 사용하는 브러쉬 덕분인지 옅은 수채화 비슷하게도 보이고 그래서 첫 원고가 떠오르고. 돌고 돌아 동일한 시작점에 다다른 것 같다.

종이 위에 피는 꽃 (6)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51-60 | 딜리헙포스타입 바로가기

이 회차에 이르러서야 겨우 원고가 안정된 느낌이다. 보정과 편집 면에서 그렇고 작업 진행 면에서도 그렇다. 51-60화는 진작에 마감했었다.

지난 3월에 연재 제의를 받았다. 그를 계기로 전체 회차를 한 차례 다듬었고 천천히 교체할 예정이다.

종이 위에 피는 꽃 (2)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11-20 | 딜리헙포스타입 바로가기

이야기의 주제와 방향은 물론 바뀌지 않지만, 대사는 꽤 수정합니다.
이번 화에는 2013년에 누락시켰던 소리를 넣었습니다.

한 문장을 적기 위해 2시간을 들였다. 말을 그림 위에 올렸을 때 그 공간이 맞게 채워졌다고 느꼈지만, 그걸 위한 2시간이었다고 끄덕였지만 결국은 맥이 풀렸다. 꼬박 열 시간. 종이나 라이트 박스나 모니터를 들여다 본다. 지난한 일이다.

확장편―새김글 | 정문. 표상

확장편―새김글 정문. 표상 | 포스타입 바로 가기

글 콘티를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원고를 유료로 공개합니다. 본편에서 그리지 않은 곁이야기와 미처 채우지 못한 여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떤 칸을 그릴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조금 엿볼 수 있으실 거예요.

0701. 작업기에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의 작업 과정이 포함되어 순서를 뒤로 미루었습니다.

조짐

그럴 조짐만 보여도 즉시 작업을 중단하는 원인이 하나 있어서, 이 일주일은 결국 원고를 놓았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주 토요일에 만나요.

02.04

『와치』 연재 시작합니다!

이사 일정이 급박하게 겹치면서 연재 계획에 조금 차질이 있었어요. 준비를 예정대로 마치기 전이라 아쉬운 감은 있지만, 어쨌든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도 곧 들려드릴게요.
다시 한번, 잘 부탁드립니다!

D.C.

안녕하세요, 한원입니다.
이 날이 오긴 오네요. 어제부로 『와치』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12월 8일, 오늘은 세번째 이야기 서광경 귀엣말 편이 업로드됐던 일자고요.

당시 연재 중단을 알린 공지 제목은 ‘숨표 ∨’였습니다. 그 내용이 독자 여러분께 전하는 미안과 감사였다면 제목은 차마 뱉어낼 수 없는 심정을 담은 것이었습니다.
숨표란, 쉼표가 없는 곳에서 숨을 쉴 것을 지시하는 악보 기호로, 저는 이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가져와 붙였었습니다.

그렇게 3년을 넘기고야 비로소 다 카포, 처음으로 되돌아갑니다.

와치 2018 연재 예정 목록

1장 「여로」
정문. 표상表象

첫째 그릇. 종이 위에 피는 꽃
둘째 그릇. 점·선·면
셋째 그릇. 동고림
넷째 그릇. 서광경

2장 「동반」
중문. 참상慘狀

다섯째 그릇. 와치瓦卮
여섯째 그릇. 파노罷駑
일곱째 그릇. 그림 속에 담긴 숨
여덟째 그릇. 무로霧露

기다려 주신 분들께 다시 새로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곧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