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7년의 삶을 청산하면서 조용히 막을 내렸고
2021년은 내가 내렸던 굳은 선고를 축출하리란 결심과 함께 시작되었다.
형편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랐지만 그러지 않았다. 8년 차에 닥쳤던 몇 사건들은 오히려 앞선 7년의 압축물인가 싶은 무게로 나를 짓눌렀다. 고질병-나아짐-우울감-나아짐-작업의 비관적 사이클이 뚜렷한 변곡점을 그리며 진행되는 동안은 모든 게 버거웠고, 답습하듯 가라앉길 반복했다.
그러나 얼마 전의 나처럼은 살고 싶지 않았다. 그 하나만이 유일하게 달랐다.
이전까지의 나아짐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시적 회복에 불과했다면 이해의 나아짐은 바깥에 근거를 둔 지속적 극복이었다.
12월의 글 〈교집합〉은 이러한 변화의 산물이다. 나는 마침내 그림 그리는 사람인 나를 나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수년 동안 분리해 놓았던 한원의 정체성을 이 페이지에 꺼내놓을 수 있었다.
2022년. 새로운 해, 다른 시작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마음이 생경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