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 니은을 언제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모르겠는데, 막 글자를 뗐을 무렵 집에 있던 어린이용 동식물 도감을 짚으며 받침 있는 글자 읽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더듬더듬 발음하다가 모르겠는 글자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쳐 놓고 읽을 수 있게 되면 지우고를 여러 번 반복했었다. 책 모서리 너머 시야에 걸렸던 책장 모양이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초등학생 땐 자연 도감, 공룡 도감, 학습 만화류를 많이 읽었고 엄청 좋아했다. 집에 있던 책은 물론이고 교실 뒤편에 비치해 둔 책들도 마찬가지로, 이미 읽은 책을 질리지도 않고 다시 읽었다. 안데르센 동화며 탈무드며, 쉬는 시간이면 책상에 붙어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둘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