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일찍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무리해서 마감을 하지 않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가능하다. 다시 연재에 들어가도 이 패턴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긴한데, 콘티를 짜고 스케치를 하는 과정이 계획한 시간에 맞춰 끝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라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속하는 것 같다.
현재는 이 흐름에 가벼운 운동을 하는 습관만 기르면 괜찮겠다고 생각 중.

최근 몰두하고 있는 혹은 재미를 붙이고 있는 설치형 블로그 제작. 페이지에 넣을 일러스트와 글을 따로 만들 예정이라 아직 갈 길이 멀긴 한데 어쨌든 개인적인 공간, 적당히 공개할 수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라는 게 맘에 든다.
아마 기록의 의미가 가장 크다. 예전에 운영했다가 그만 둔 블로그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이유는 그 때 그 나이에 그 상황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몇 년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끔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이나 사고방식을, 예전의 나는 분명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 나를 기억 한다는 것. 그건 현재의 나로선 이해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다리가 되어 주지 않을까.

남은 시간동안 꼭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으려한다. 이야기를 허울 뿐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다양한 작품들을 씹고 소화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중심을 탄탄하게 잡고 싶다. 단어도 폭 넓고 깊게 알아야 인물과 상황에 맞는 좋은 단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문장의 힘을 기르고 싶다. 작품이 풍요롭기 위해서는 기본 바탕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한계로 느꼈던 기본 중의 기본. 매일 <인체해부와 묘사법>을 공부중이다. 그림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고등-대학의 중요한 시기에 걸쳐 놓아버렸기 때문이 더 클 거다. 지금은 그 결과를 고스란히 되돌려받는 느낌이다. 인체, 배경, 수작업, 디지털작업 할 것 없이 모두 취약. 뭘 했냐,고 스스로에게 따져 물을 수도 없다. 이제와 누구 잘못이냐 따지는 것도 낭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