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이 화두를 어떤 식으로 꺼내야 할지 몰라 몇 주간 말을 골랐다.

포스타입 페이지를 통해 첫 후원을 받았을 때, 기쁨이나 감상보다 먼저 반응한 감각은 심장 떨리는 죄책감이었다.
나는 상대방의 호의에 익숙하지 않다. 그림과 관련해서는 특히나 더 그렇다. 가족이란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힌 삶 전반에 걸쳐 ‘그림 그리는 나’는 항상 질타와 정죄 아래 묶인 무쓸모한 존재였다.

그래서 후원 페이지를 개설해 놓고도, 막상 후원을 받고 보니 스스로 사기꾼이 된 듯한 심정에 휩싸인 것이다. 포스타입에 올려놓은 작품의 분량이 후원받을 만한 적정선에 미치지 못한다는 느낌도 한몫했다.
결국은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기꺼이 후원하는지를 의아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 받은 한 통의 메일이 나를 일깨웠다.

덧붙여 금액에 대해 따로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제시하지 않았던 이유는, ‘후원’의 취지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후원이란, 투자에 가깝다. 그것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작품을 미리 고대하며, 작가의 손에 펜과 종이를 쥐여주는 행위다. 나는 그들의 후원에 작품으로 보답할 의무를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