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분의 14 (3)

술이 입에 맞고 별 이상이 없었다면 나는 가끔이나마 음주를 즐기게 됐을까? 모를 일이다. 그래, 아주 주당이 됐을지도 모르지.

나 맥주 마셔봤어. 무슨 맛인가 싶어서. 식탁에 기대앉아 대수롭지 않은 척 가장한 어조로 고백했다. 엄마는 굳은 얼굴로 날 돌아보았다.
술, 담배, 오락, 외박, 그림, 연애…. 엄마가 용납하지 않은 몇 가지 가운데 내가 끝내 고집한 허튼짓이 있었고, 그 하나를 위해 가진 애정만큼의 죄책감을 져야 했으며, 나머지는 흥미를 채 틔우기도 전에 뿌리째 뽑혀 나갔다.
가끔은 생각한다. 바로 그래서, 덕분에, 그나마, 내 인생이 덜 얼룩지고 덜 더럽지 않느냐고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