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에 가지는 제법 끈질기고도 잔잔한 호기심은, 맛도 맛이지만 취한 느낌이 어떨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혼자 나와 살 적에 뜬금없이 맥주 한 캔을 샀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비록 3프로짜리 복숭아맛 맥주였지만.
첫입은 거북스럽지 않았고 약간 독특한 탄산 주스 맛이라고 생각하니 괜찮았다. 매트리스에 앉아 딱 절반을 비웠을 땐, 왜 추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독한 술을 마시는지 납득이 갔다. 속에서부터 뜨끈하게 올라온 열이 빠르게 전신에 퍼졌다. 겨울밤이었고, 난방을 켜지 않아 싸늘했던 공기가 딱 좋게 느껴졌다.
거기서 관심을 끊었다. 잘은 몰라도 술이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열이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이며 발이며 얼굴이며, 미묘하게 붓기 시작해 기분이 나빴다. 남은 반 캔은 냉장고에 두고 한 두 모금씩 나누어 마셔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