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집합 (5)

이렇듯 삶과 작품이 교차하면서 남기는 흔적­― 그림 위로 비치는 인영을, 때때로 밀려드는 동질감과 일체감을 나는 기록해 두고 싶었다. 창작자의 비루한 생활과 그가 경험하는 놀라운 그림의 세계는 어떤지 나누고도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 관심이 있다면 찾아 읽을 수 있도록 적당한 접근성을 고려해 이 공간을 개설했다.
즉 개인 페이지는 나와 한원 사이로 어중간하게 걸친 영역이기에, 경계 너머 사적인 이야기는 되도록 언급을 피했고 여의치 않은 경우 에둘러 적었다.

이 경계선이 조금씩 확실하게 허물어지기 시작한 건, 내가 내 인생 전반에 걸쳐진 오랜 고민의 답을 일부 인정하고부터다.
부분집합이 전체집합의 중앙을 떠돌건 가장자리에 붙었건 그 부분집합의 모든 원소는 전체집합에 속한다. 혹시 내가 내게 속한 원소 일부를 바깥으로 밀어낸다면 그 밀려난 원소는 나의 여집합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와 같이 전체집합에 속해 있을 것이다.
고집스레 교집합을 주장하며 구분 짓는다 해도, 작가 한원에게 속한 전부가 결국은 본체의 부분집합일 뿐이듯이.

(2021년에 교집합이란 제목을 달고 써 올린 네 개의 글은 맺음말이 누락된 미완의 것이었다. 문장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길래 방치했다가 그대로 잊혔던 해묵은 단락을 뒤늦게나마 털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