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루틴

밤 10시 반에서 12시 사이에 눕고, 아침 5시 45분에서 7시 사이에 기상한다. 비교적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패턴이 자리 잡은지도 꽤 되었다.
5시 45분은 오전 일정이 뒤로 밀리지 않는 최적의 시간이다. 7시에 깨면 책 읽는 시간을 아침 먹은 뒤로 넘겨야 한다. 8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고, 9시는 전날 새벽 2시 이후에 잠들었거나 어디가 아픈 거다.
취침 시간은 평균 7시간. 이쯤 자면 알아서 깨기 때문에 알람은 따로 맞추지 않는다.

깨고 나서 15분 정도는 눈을 감고 멀뚱히 누워 있는다. 꿈을 기억하는 날은 대개 기분이 저조하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시간을 확인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가볍게 팔다리와 등허리, 굳은 목 근육을 풀어준다. 가장 시원한 동작은 견상 자세. 어깨와 등, 다리 뒤쪽이 쭉 펴진다.
땀을 식히는 동안 가만히 눈을 감고 당면한 고민들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본다.
따뜻한 물, 차가운 물 순으로 끼얹고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책상 앞에 앉으면 개운하고 나른하다.

책을 읽는다. 모비딕 다섯 쪽, 파이 이야기 다섯 쪽, 초록 지붕 집의 앤 다섯 쪽.
일과를 오후, 저녁으로 구분지어 정리한다.
아침 일기가 밤에 쓰는 일기보다 오히려 중요하다. 주로 새벽 시간에 무분별한 심상을 걸러내고, 저녁이 되면 그날의 작업 진행률과 다음 날 보충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책을 돌려 읽듯이 그림도 돌아가며 그린다. 걸어가는 펭귄을 하나 그리다 말고 한옥 처마를, 다시 쪼개진 자몽을.
식사 시간은 오전 10시와 오후 4시. 저녁 6시 이후로는 거의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