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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날, 나는 딱 1년 전 이맘때를 떠올렸다. 아몬드 한 알을 입에 넣고 몇 번 씹어 넘기려는데 도무지 삼킬 수도, 마저 씹을 수도 없었던 날을.
나는 사람이 영양가라곤 없는 식사를 그렇게 오래, 그렇듯 적게 하면 식도가 닫히기도 한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다.

그림을 선택한 후로 죽음은 늘 내게 가까웠다. 살갗으로, 피로, 심장으로, 위장으로. 비유도 과장도 아니어서 생생하게 무서운 시간이었다.
바로 그런 사선에 발을 걸치고야 나는 그림을 떨쳐 내었다. 질긴 자아가 끝내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갔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생각했다. 목숨줄처럼 붙들었으나 목숨은 아닌 것을 이제는 놓을 수밖에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