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어는 항상 어렵다. 적고 보면 별 것 아닌데, 유독 고민하게 된다. 바쁘게 보냈나 돌아보면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 불분명하다. 하고 남은 쪽을 보면 정신없이 지냈지 싶다가도, 하지 못한 쪽을 떠올리면 툭 하고 맥이 풀린다.
그림에서 멀어져 사는지 궁금하다는 물음이 끝내 구겨 넣어 둔 홈페이지를 펴게 했다. 그림을 기준으로, 지난 5개월이 흔적도 없이 침전한다. <와치> 이후로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가라앉아 하는 단 한 가지는 책을 읽는 일이다. 자고 먹고 청소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열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 목록을 꾸리고, 도서관에 드나들고, 자료로 필요한 책과 좋아하는 시집을 산다. 작업실은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일곱 권은 서랍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