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세 달 사이에 머리카락이 꽤 길었다. 어깨에 닿을 만큼 기르기는 거의 십 년 만이다. 익숙하지 않고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뒷덜미를 자꾸 쓸어보게 된다.
몸무게는 4킬로 줄고 새치가 또 늘었다.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에 건선이 다시 번졌다. 신체 기능이 전체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심적으로도 힘에 부쳤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이 정도는 적당히 참아 넘길 만큼 덤덤해졌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끄트머리에 마주한 공백은 작가로서 지나온 시간에 대한 슬럼프였다.
내가 결국은 미워한 스물다섯 이전의 삶이 그토록 바랐던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산 7년보다 나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날것의 모양대로 사는 나보다 주어지는 여러 모양으로 살았던 내가, 종종 숨 막혔던 그 삶이 적어도 방종한 인생보다는 쓸만하지 않았을까.
구제할 길 없이 거꾸러진 자리에서 나는 눈과 귀를 막고 가만히 시간만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