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깝지 않게,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게. 나는 독자들과의 사이에 적정선을 그어 두었었고, 되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다. 독립 연재를 시작하고서는 기대지도 기대하지도 않기로 재차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전자는 내 작업이 읽는 사람보다 그리는 사람을 우선하기 때문이고, 후자는 조바심으로 불확실한 관계에 의탁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작품이 나의 약함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깨달은 계기는 반분의 방랑자 시놉시스를 쓰고자 지난 삶을 복기하면서부터였다. 내가 가진 결핍의 틀에 찍어 낸, 그 빈 공간을 대신하는 이야기들.
단지 내게 필요했을 뿐인 이야기라는 지각도 아주 틀린 답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픈 플랫폼을 통해 연재하는 작가의 태도로서는 다분히 회피적이었다.
올 4/4분기 들어 강하게 나를 흔든 자기반성은 바로 이 내향적 이기였다. 오로지 내 아픔에 골몰하느라 네 슬픔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던, 의도치 않았다 한들 잘못은 잘못일 것이며 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했다.
이웃한 사람을 마음 들여 아끼고 싶다. 부족하고 어눌한 말로라도 하나하나 표현하고 싶다.
눈을 돌리고 싶다. 바깥으로, 바깥으로. 저기 멀고도 먼 곳까지. 그렇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