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대화 주제 (1) 발단: 쫄보력

나의 쫄보력은 아주 강력하고 여러 방면에서 발휘된다.

기본적으로는 높은 건물, 높고 빠른 놀이 기구에 질색하며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물과 깊은 지하 주차장을 무서워한다. 공포 영화나 피 튀기는 영상은 모두 아웃, 미디어에 잠깐 비치는 수술 장면이라던가 환부 같은 것도 싫어한다. 실은 인체 공부할 때 접하는 사실적인 해부도와 누드 크로키를 위한 타인의 벗은 몸을 보는 것에도 거부감이 심한 편이다.

이외에도 기피하는 자잘한 포인트들이 널렸지만 (정떨어질 수 있으니) 이쯤 하고, 가볍게는 겁 많은 사람 대개가 그렇듯 소리에 반응한다. 어릴 적엔 부모님의 고함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발꿈치로 바닥을 찍는 소리에 곧잘 놀랐었다.

소방 벨과 경찰차, 구급차 사이렌 소리에는 심하면 약간의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초인종 울리는 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 핸드폰 벨 소리에 가끔 신경질적이 된다. 반응 정도가 불안감에 따라 갈리는 걸 봐서는 청력이 예민하다기보다 심리적 요인 탓이 크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