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독

화가 반 고흐의 일대기를 날 선 필치로 해부한 평전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는 실로 문제작이 맞았다. “미치광이 천재 화가의 예술적 신화와 비극적 자살”이라는, 몇 세대에 걸쳐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온 매혹적 이야기가 치밀한 두 작가의 손에 걷히며, 인간 핀센트 판 호흐를 정직하게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정신을 혹사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핀센트의 끈질긴 편집증이 해묵은 고통을 환기해댔기 때문에, 몇 번이나 읽기를 그만두고 싶었다.
사람의 내면을 고작 한 꺼풀 벗겨내는 것만으로, 막연한 끌림이 대번에 사그라듦을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인간애에의 회의감은 건재했다.

천 페이지에 달하는 한 달여의 책 여행이었다. 빈 캔버스가 마련됐다.

프롤로그, 광적인 마음

누구라도 핀센트를 ‘내면으로부터’ 알아야만 핀센트처럼 그의 미술을 보고 느낄 수 있다.
19세기 후반 미술계는 미술에 있어서 전기의 역할에 몰두했다. 그 문을 열어젖힌 에밀 졸라는 그림과 화가가 녹아든 “살과 피의 미술”을 요구했다.
누구보다 열렬히 전기의 중요성을 믿었던 핀센트 판 호흐는 1885년에 적었다. “졸라는 미술에 대해 아름다운 뭔가를 말하고 있다. 예술 작품에서 나는 그 사람, 즉 그것을 그린 미술가를 찾고 사랑한다.” 
/ 〈Van Gogh: THE LIFE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스티븐 네이페 ·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