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14.

결과는 희생을 요한다.
지난 1년간, 무언가를 얻으려면 가진 것을 그만큼 때로는 훨씬 더 많이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가슴 속에 되새겼다.

세번째 그릇 서광경 中편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앞선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우인네는 한 해 동안 작가로서가 아닌 나의 실제 삶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때로는 현실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못하게 하거나 결국 그에 지쳐 눈과 귀를 닫고 말았을 때 가만히 위로해 주었다. 예정보다 기간이 늘어날 당시에는 마음이 조급했지만 돌아보면 그 시기의 나에게 그 내용이 필요했었음을 느낄 수 있다.
힘든 일은 끝맺지 못할 것이다.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 하니 매 순간 절망을 맞닥뜨릴 뿐이었다.
훌훌 끊어내버리고 은둔하는 삶의 방식을 가진 내게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나가는 과정은 이렇게나 지친다. 기쁘지만 역시 지친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집요하게 그림에 빠져들고 매달리고 들이마시고 싶다. 다만 현재를 위해 나중을 버리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 애써 바리케이드를 치는 중이다.

그림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쉬운 길은 바로 한 발짝 옆에 있어 방심하는 순간 끝나기 때문이다.
균형이란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가다. 그러니 매순간 저울에 달아 어느 쪽에 얹고 어느 쪽을 덜어낼지 보는 수밖에 없다.

더 많이 고생하고 더 자주 실패하고 낮은 바닥을 기며 깊은 어둠과 밝은 빛을 발견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