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우고 싶다. 새해엔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고도 싶다.
더 많이 고생하고 더 많이 실패하길 원했던 결산 2014.가 1년 후 이런 식으로 와닿을지 그때의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림에 가장 필요없는 것은 나였다. 2014년에는 이 손에서 내려놓아야하는 것들을 보며 그를 희생이라 이름불렀지만 2015년은 부동의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막아서던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중 결국 달음질의 목적을 잃고 말았다.
마음에 들면 거리감을 조절할 수 없어 초조하다. 고백하건대 우인의 집착에 가까운 매달림은 내뱉지 못할 나의 밑바닥과 닯았다. 형식을 빌어서야 겨우 퍼올린 금구, 꼬리를 물고 돌다 보면 결국 그 시절 멈추어버린 관계로 돌아가고 만다. 자존심이었는지, 쑥스러움이었는지, 어쩌려고 그토록 무심한 척 굴었는지.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내게 무슨 자격이 있을까. 최소한 중단되지 않을 작품을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