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은 와치의 작가이기도 하다.
2013년, 정식 연재를 앞두고 일찌감치 끝을 단정지어 버린 나는 와치 다음을 기대하지 않았다. 이게 나한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 믿었고, 따라서 작가명을 지을 때 자신에 대한 고민은 전연 없이 작품색만을 담아 만들었다.
와치의 원료는 이 땅이니 우리나라를 뜻하는 한, 기반은 한국화에 두었으니 조선 시대 화가의 호에서 딴 원.
즉 한원은 와치를 쓰고 그린 사람이지만 와치를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으며 와치 역시 부자유한 교집합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근원은 내가 가진 해묵은 고민과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점철되어 있다.
비주류적 세계관은 곧 치우친 가치관의 반영이며, 이야기는 삶의 궤적을 추적하고 굽이진 동선을 그리면서 진행한다. 내게 맺힌 갖가지 하자와 해소되지 않는 결핍은 창작의 바다에 스미어 새 형상으로 다시 태어난다.
와치는 어쩌면 나와 한원, 나아가 그림을 함께 엮는 매개체인 것이다. 나는 와치로 인해 내 안의 한원과 마주하고 와치를 통해 전에 본 적 없는 그림의 세계를 발견한다.
나를 이끄는 힘, 바꾸는 힘.
내 안에서 그림은 저기 멀고도 먼 사랑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