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생각이 딱히 없었다. 지겨운 슬럼프에, 앞서 밝혔듯 여기 올라오는 글들은 어쨌건 작가 한원의 구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데, 올해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작가가 아닌 그저 그런 나로만 보냈으니.
새 작업물을 업로드하고서나 근황 글이든 뭐든 적어 올리지 싶었다. 그림을 향한 메마른 감정은 여전하고 기약도 없으면서, 그게 자신을 향한 독려라 쳐도 글쎄, 무슨 소용이나 있을까.
그간 의욕에 차 뱉은 말들조차 쉽게 미끄러지고 구르다 말뿐인 말이 되어 버렸다. 드물게 긍정적인 의지에 들떠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를 보내고 나면 꼭 그걸 상쇄하고도 남는 우울감과 슬럼프의 담금질이 따라온다. 웬 징크스인가 싶으리만치. 그래서 닥치고 손을 움직이던가, 그러지 않을 거면 그냥 계속 닥치고 있어. 그런 기분이었다.
여기까지가 짧게 휘갈긴 내 입장이다. 이 글들은 그럼에도 이런 동떨어진 페이지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들여다보시는 분들을 위해 썼다. 그리 정제되지 않은 문장에, 며칠을 두고 수정하지도 않을 거고, 그래서 문단 사이에 연속성이라곤 내다 버린, 짜깁기한 모양새의 글줄일 거다. 내가 내 날것의 표현도 내 나름의 솔직함도 싫어하는 이상 이렇게 올렸다가 어느 날 소스라쳐서는 밀어버릴지 모르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