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두드러진 변화라 하면, 그림 그리기에 적당하고도 거의 충분하기까지 한 환경을 갖췄다.
10년이 훌쩍 넘어 낡을 대로 낡은 hp 스캐너(정확하게는 복합기)를 중고로 갈았으며, 12년도에 바꾸고 중간에 새 하드를 장착한 외에는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았던 삼성 컴퓨터(전원을 작업하기 15분 전에 켜두곤 했다)도 고이 보내주었다.
게다가 무려 07년 초엔가 산 인튜어스3 판태블릿을 액정태블릿으로 교체했다. 구매 당시부터 몇 년은 오히려 거의 사용하지 않다가 데뷔 이후 본격적으로 혹사당한 것으로, 여전히 무리 없이 돌아가는지라 무려 16년을 묵힌 제품 포장지에(!) 넣어 두었다.
12년 말에 구매해 만족스럽게 써먹은 아이패드 4세대도 바꾸면서 이제 남은 유물(?)은 13년도 것인 아이폰5뿐이다.
이 모든 과정이 아이러니하게도 지독한 슬럼프 기간에, 그것도 단 두 달 사이에 몰아치듯 진행됐다. 작업에 치여 보낸 몇 년 내내 간절히 바라 마지않던 위시 리스트의 실현이었음에도 난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울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