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분의 14

가끔 예능 프로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하루 끝에 주어지는 완벽한 보상이라는 듯, 한 번에 들이켜곤 바로 이거지, 짜릿한 감탄사를 내뱉는 모습과 거기에 공감하는 주변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까지? 저 맥주엔 뭔가 특별한 맛이 있나? 하고 별 의미 없는 궁금증이 도진다.

내가 처음 소주 맛을 본 건 아마, 정확하진 않지만 스물다섯 전후였던 것 같다. 어느 저녁에 식사 준비를 하던 엄마가 고기를 재우기 위해 소주병을 꺼냈고, 식탁에 앉아 있던 나는 맛을 봐도 되냐고 물었다. 엄마는 별말 없이 잔을 꺼내 소량을 덜어주었다. 한 모금 입에 물자마자 퍼지는 그 강한 알코올 맛과 향이란. 병원 맛이잖아. 목구멍으로 넘기자마자 으웨에에 상태가 되어 곧장 이를 닦았다.

그게 개봉한 지 좀 된 거라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지금에 와서도 알 수 없다. 이후 기본맛은 다시 마셔볼 일이 없었고 집을 나온 후에야 홀짝 해본 자몽맛 반 모금은 뭐어, 자몽맛 으웨에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