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리코타 치즈에 무화과잼.
무화과의 식감과 맛이 내 입에는 그저 그래서 먹을 기회가 생기면 늘 솜에게 넘겼는데(솜은 좋아한다), 그래도 종종 맛보다 보니 좋아졌다.
송백의 화정 34, 35p 러프 스케치를 마쳤다.
Author: BE
11.12245
무영과 청영 32p 가옥, 대나무숲 밑색을 발랐다.
솜과 상의할 일이 있어서 작업하는 중간중간 알아보고 견적을 냈다. 머리가 아팠다.
11.124
무영과 청영 32-4 무영의 뒤통수가 어색해서 고민하다 수정했다.
11.1125
송백의 화정 33, 34p 러프 스케치. 건물 구도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원고 가장자리에 여러 안을 덧붙여 두었다.
무영과 청영 29p 인물, 벽, 창살 밑색.
11.11245
밀린 일기를 썼다.
송백의 화정 밑그림, 무영과 청영 29p 밑색을 발랐다.
저녁에 송백의 화정 전체 콘티를 다시 읽고 대사를 더하거나 빼며 다듬었다.
11.1124
아침으로 사과 반 개, 팬케이크 2장을 먹고 우유를 한 잔 마셨다.
무영과 청영 29p 물건 레이어 밑색을 마쳤다.
송백의 화정 31, 32p 러프 스케치를 그렸다.
11.115
무영과 청영 29p 책상 밑색.
송백의 화정 29, 30, 31p 러프 스케치. 콘티로는 26p 한 장짜리를 29, 30p 두 장으로 나누면서 칸을 하나 추가하고 인물 크기를 줄였다. 이 장면에 과하게 집중되는 효과를 주고 싶지 않았다.
11.1145
무영과 청영 29p 가옥, 가구 레이어 밑색을 발랐다.
11.114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는데도 두통에 컨디션 저하로 종일 정신을 못 차렸다. 웹툰과 책을 좀 읽다 쉬고 낮잠을 잤다.
11.112
무영과 청영 29p 가옥 밑색을 발랐다.
11.11
3시간의 집 청소로 모든 체력을 잃었다. 재활용품 스티커를 약간 집착적으로 제거했다.
11.1245
송백의 화정 25p 수정, 29p 러프 스케치. 이쪽도 배치를 가로에서 세로로 바꾸고 칸을 추가했다.
11.24
송백의 화정 27, 28p 러프 스케치.
무영과 청영 33p 수정, 마무리. 펜선이 뭉친 부분을 다듬고 무영의 눈, 표정과 얼굴선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이 페이지의 밑선과 선, 음영 단계가 한 흐름에 막힘없이 끝났고, 그 과정이 내게 전에 없이 완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보정과 탈고 단계에서 최대한 손을 덜 대고 싶었다.
11.125
쌀가루로 만든 롤케이크를 먹었다. 입안에서 작은 알갱이로 흩어지는 게 일반적인 빵 식감이 아니었고 좀 뻑뻑했다.
11.1245
다큐멘터리 〈애니멀〉 맹금류 편을 보았다. 매가 속도를 줄일 때 꽁지깃이 좌우로 부채처럼 펼쳐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1.124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았다. 한창 화제일 땐 별 관심이 없다가, 솜이 한 번 봐보겠냐고 해서.
내가 퀸의 세대도 아니고 그룹의 음악 세계도 전혀 알지 못해서 그런지 특별히… 애틋하거나 와닿거나 하진 않았다.
실존 인물의 일대기라 관망하는 태도로 감상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11.15
메스꺼움, 두통, 잠기운 때문에 오전 오후로 멍했다.
저녁에 무영과 청영 33p 원고 보정 작업을 했다.
11.145
송백의 화정 25, 26p 재배치. 페이지를 나누면서 곁가지 대사를 추가했다.
무영과 청영 33p 탈고, 스캔.
두통과 메스꺼움 때문에 중간중간 휴식을 취했다.
다큐멘터리 〈애니멀〉 문어 편을 보았다. 문어의 카무플라주(위장, 보호색) 능력이 엄청났다. 무슨 포토샵 AI 생성형 채우기 같은… 아무튼 굉장했다.
11.14
무영과 청영 33p 무영, 마루, 풍경 선. 전체 음영.
여러모로 기억에 오래 남을 페이지다.
나는 원래 밑그림과 밑선을 완성하고 확정 짓기까지 원고를 일주일 넘게 묵히면서 몇 차례 수정을 거듭하곤 했다. 그렇게 재검토, 재재재재검토를 거쳐도 막상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면 늘 어딘가 불충분한 기분이 들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33p는 그토록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는 슬럼프였으면서, 10월 25일에 전체 구도의 윤곽이 뚜렷해지고부터 밑그림과 밑선, 선, 음영까지 한 흐름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비유컨대 물에 뜨는 방법을 갓 깨우친 사람처럼,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수면의 물결 따라 부유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힘 빠진 작업이란 이다지도 수월하고 후련하구나 하는, 완전한 감각을 경험했다.
11.12
송백의 화정 23, 24p 배치 일괄 수정.
콘티와 원고의 가로세로 비율 차이로 (짤 땐 몰랐는데) 어떤 페이지는 가로 배치를 세로 배치로 재구성해야 했다. 칸을 그럭저럭 나눴는데도 후에 볼 때마다 거슬려서, 결국은 페이지 수를 늘리고 콘티 배치 따라 다시 그렸다.
무영과 청영 33p 밑선 수정, 마무리. 펜선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빠뜨린 부분이 없는지 대조하며 확인했다.
가장 앞쪽에 놓인 책걸상에서 시작해 물건, 수납장, 창틀, 청영 순으로 선을 땄다. 손에 힘을 주고 선을 정갈하게 그으려 노력했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말라버린 멀티라이너 펜촉을 교체했다.
11.1
오늘의 조식, 프렌치 토스트에 우유.
송백의 화정 26p 러프 스케치. 어떤 칸은 빡빡하게 인물이 낑기고(끼이고) 어떤 칸은 널널해서 배경이 애매하게 낭비된다.
와치의 장막 14-2,3 밑그림. 와치의 의아한 표정을 살리고 싶었다.
무영과 청영 33p 밑선 수정.
의식의 흐름 (3)
한 학년 올라가면서는 그림 그리는 애와 처음으로 한 반이 되었다. 자연스레 그림을 더 자주, 더 많이 그리게 되었고 내 그림체랄 만한 스타일도 조금씩 자리 잡았다. 희미한 기억 속 그림체와 지금의 그림체 사이에는 추구하는 방향과 축적된 연습량에서 비롯된 간극이 존재하지만, 묻어나는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왜 분명하지도 않은 머릿속 그림과 비교하냐면, 이 기간에 그린 그림이 남아 있지 않아서다.
초등학생 때 그린 그림들은 엄마가 전부 버려버렸다. 일기장에 그린 그림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았는데 저쪽 집 진열장에, 아직 보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당시에 연습장을 숨기지 않았느냐 하면, 물론 숨겨 놓았었다. 다만 그 장소란 게 아직 어렸던 나한테나 손이 잘 닿지 않는 바구니여서, 대청소를 하던 엄마에게 금세 발각되었고 그대로 쓰레기봉투에 담겨 나갔다.
이후 나는 그린 그림을 전부 오려내 플라스틱 파일에 담은 다음 교과목 필기 노트랑 같이 보관했다.
어느 날엔가 그걸 관심 있는 친구한테 보여준답시고 달랑 들고 나가서는, 중간에 엄마와 함께 귀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다 그애한테 그림을 한동안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멀리 사는 친구라 몇 달 후에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사이에 이사를 하면서 파일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나는 한동안 자책에 빠져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곱씹다가 체념하고 말았다.
의식의 흐름 (2)
중학생 때는 학교에 도서관이 따로 있었다.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시기인 동시에 작가가 되기 전 한정, 그림을 가장 많이 그린 시기였다.
소설, 역사 소설, 판타지 소설, 추리 소설, 고전 소설, 교과서에 실리는 근현대 문학. 장르 불문 두루두루 읽었다. 람세스, 쥐,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과 셜록 홈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아홉 살 인생, 연금술사, 창가의 토토, 좀머 씨 이야기, 향수, 눈먼 자들의 도시, 가시고기, 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오페라의 유령,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해리 포터 시리즈. 신문읽기부 소속이어서 종이 신문도 매주 읽었다.
만화책을 좋아하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책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는데 만화책은 그림으로 된 책이니까. 마침 학교 가는 길목에 만화책 대여점이 있었고, 같은 반 친구 중에 만화책을 많이 읽는 애도 있었다.
역시 순정 만화, 소년 만화, 스포츠 만화, 판타지 만화 가리지 않고 읽었다.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이누야샤, 강철의 연금술사, 명탐정 코난, 고스트 바둑왕.
한국 만화도 많이 읽었는데 상대적으로 제목 찾기가 힘들다. 루어, 그들도 사랑을 한다, 천일야화, 춘앵전, 먼나라 이웃나라, 고바우 영감, 뚱딴지 만화 일기. 보다 보니 어쩐지 내가 이상할 정도로? 저 옛날의 학습 만화와 신문 만화를 잘 알고 있더라….
북미 쪽 코믹스는 특유의 그림체와 인상만 남아 있는 정도다.
의식의 흐름
기역 니은을 언제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모르겠는데, 막 글자를 뗐을 무렵 집에 있던 어린이용 동식물 도감을 짚으며 받침 있는 글자 읽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더듬더듬 발음하다가 모르겠는 글자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쳐 놓고 읽을 수 있게 되면 지우고를 여러 번 반복했었다. 책 모서리 너머 시야에 걸렸던 책장 모양이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초등학생 땐 자연 도감, 공룡 도감, 학습 만화류를 많이 읽었고 엄청 좋아했다. 집에 있던 책은 물론이고 교실 뒤편에 비치해 둔 책들도 마찬가지로, 이미 읽은 책을 질리지도 않고 다시 읽었다. 안데르센 동화며 탈무드며, 쉬는 시간이면 책상에 붙어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거나 둘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