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바람에 물기가 스민 날에는 좀처럼 진정할 수 없다.
그곳의 아침 공기도 이런 느낌이었다. 밤새 모기에 뜯긴 종아리를 확인하곤 떼는 걸음마다 삐걱이는 마루소리가 울렸다. 단촐한 차림으로 흙길을 걷노라면 옆으로 찌르릉 자전거가 지나치기도 주인 따라나선 염소가 풀 사이를 헤집기도 풍경과 한데 늘어선 마른 소들은 언제나 자유분방했다.
장을 보면 꼭 우유를 한 병 샀다. 크기도 모양도 다양한 유리병에 담아 파는 갓 짠 우유를 살짝 데워 마시거나 푸딩처럼 만들어 먹었는데 여기의 팩 우유와는 또다른 맛이 났다. 우유 뿐 아니라 계란도 오이도 그랬다. 재밌는 건 빈 병을 다음날 아침 주인에게 되돌려 주어야 했다. 그럼 며칠 뒤에는 새 우유가 가득 차있는 어딘지 익숙한 그것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우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의 아침은 보통 그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