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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확장편­ 〈무영과 청영〉이 마치면 종이꽃 확장편­-부록 〈한세계〉를, 이어서 종이꽃 확장편­-이토 〈와치의 장막〉과 〈한 쌍〉 두 편을 그릴 예정이다. 부록은 네 칸 만화 형식으로 본편에서 충분한 설명 없이 넘어간 설정을 풀어내기 위함이고 이토는 본편과 연결되면서도 따로 와치의 큰 흐름을 진행하기 위한 편이다. 확장편 구성을 정한지가 벌써 1년이 넘었기 때문에 거의 변동 없이 갈 것 같다.
이다음에 감상편을 쓰고, 가능하면 작업기까지 마무리하고 싶다.

덧붙여 확장편은 유료 연재다. 이것만큼은 지켜야 할 선이라고 스스로 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작업할 이야기 본편은 차례로 전체공개되고 확장편은 분량과 관계없이 유료로 발행된다. 다만 첫째 그릇 확장편의 경우 한시적으로 공개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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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의 불씨를 지핀 것, 묵은 원인에 대하여는 그리 입 밖에 내고 싶지 않다. 현실적인 문제는 맞지만 결국 내면의 소리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엎드러졌다는 게 내 결론이고.

얼마 전엔 또 극단적인 충동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머릿속에 끈질기게 재생되는, 종용하는 듯한 영상이 무서웠다. 내가 나를 순간 컨트롤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내 속에 날 망치려는 내가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충동은 단발에 그쳤지만, 끝은 아니며 나는 내가 어느 쪽에 서야 하는지, 거기에 얼마만큼의 무게가 실려 있는지를 재차 반추해야만 한다.

보존

오월의 마지막 날에라도 어떻게든 한 화는 업데이트하자, 거의 오기에 가까운 의지로 마감을 쳤다. 물론 선 작업이 막바지였고 밑색과 색은 몰입할 시간을 벌어줘서 물리적으로 가능했다 해야겠지만.

나는 꽤 오래 날선 짜증에 차 있었다. 잠잠하다가도 단번에 불길이 일어 무책임한 짓을 반복하고 싶어했고, 식사도 수면도 마구잡이로 미루곤 했다.

사월은 끝

이쯤 되면 또 시작이구나 하셨겠지요. 4월 2주 차엔 그럭저럭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3주 차부터는 얄짤없이 접어야 했습니다. 4주 차는 온전히 회복기로 썼고, 이번 주 초에 잘하면 작업을 재개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두통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머리가 멍해서 생각조차도 정리하기가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올 1월에 지난 7년을 청산해버린 것은 촘촘한 거름망을 두른 것과 같아서 수많은 가정과 불안을 걸러내 주었고, 덕분에 전처럼 침울하지도 면피하지도 않았습니다.

내일은 작업을 재개할 거예요. 사월의 끝,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네요.
& 5월엔 이벤트(?)가 하나 기다리고 있는데 좋게 봐주시기를, 쫄리는 마음으로 준비 중입니다.

작업중

다음 화는 정문 확장편. 무영과 청영입니다. 2019년에 써뒀던 1차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필요한 자료를 읽고 세세한 설정을 다듬는 데만 2주가 걸린 것 같아요.
하는 김에 여기저기 짤막하게 적어둔 용어와 세계관도 전부 재배치한 후 두루뭉술한 설정들도 구체화하고. 특히 감찰과 칠문 산하 기관은 거의 비워뒀었기 때문에 규모와 직책, 직무 등을 전부 채우기 위해 시간을 꽤 많이 썼습니다.

이외에도 무영과 청영의 일대기와 타임라인을 년단위로 썼고… 여튼, 배경이 되는 인물과 관계와 기관을 명확히 하고나니 콘티 땐 크게 막히는 부분 없이 짤 수 있었어요.
전체 분량은 33p, 이주에 1-10 밑그림을 끝내고 밑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현재는 7p 작업중이에요.

진척

오늘로 종이꽃 편 원고 수작업 단계를 모두 끝마쳤습니다. 곱게 넘어간 회차가 없다시피 해서인지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앞선 여덟 장은 밑색까지 바른 상태고 이제 세 장 + 한 칸 밑색이 남았어요. 그다음엔 색 올리고 대본 검토하고 대사 올리고 말칸 넣고 스크롤 편집, 마감. 색 단계가 끝날 즈음부터는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그리고 솜에게 120p 원고를 보여주었는데 뜻하지 않게 그림 많이 나아졌다, 란 평을 들어서 아주 기뻤습니다. 작년부터 나름 꾸준히 해온 토지 모작의 덕을 본 건지.

8주년

올해는 와치를 쓰고 그린 지 햇수로 9년, 그러니까 8주년 되는 해입니다. 뭣도 없이 여기까지 온 저도 참 끈질기지만, 독자분들도 마찬가지로 끈질기시네요… 고등학생이 사회초년생 되고도 남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말이에요.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느린 작품을 오랫동안 아껴 주셔서요. 요즘은 잘 지내나, 새 회차가 올라는 왔나 문득문득 들여다봐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요.

마음이 갈려 나갈 적엔 그저 괴롭기만 했는데 결국 그 굴곡이 이랑이 되고, 이제는 고랑마다 찰랑하게 물이 차오르는 것을 봅니다. 신기한 일이에요.

2월

이달엔 모든 것들이 아주, 아주, 아주 가파르게 나아졌다. 바닥으로 쑥 가라앉을 때의 기세로 방향을 꺾어 솟아오르듯이.

마지막 화인 110-120의 진행 상황도 꽤 순조롭다. 밑그림은 109p 두 조각만이 남아있고 밑선도 그렇다. 이주에 118,119,120p와 109p의 선 작업까지 마친 뒤 밑색도 끝낼 예정이다. 113~116p 밑색은 지난주에 끝냈다. 마무리 편이라 좀 까다로운 배경 때문에 예상보다 시간이 걸린다.

1월 4주차

컨디션이 꽤 나아졌다. 아픈 데는 아프고 그게 또 슬프긴 해도 비관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지난주에 이어 밑그림이 116p, 선이 106p, 어려워 건너뛰었던 조각들을 채워서 100~104p 음영까지 끝냈다. 내일부터 밑색을 바른다.

about

새해 첫 주인 1월 1주 차에는 공백 기간을 정리하고 한 해를 맞이하는 글을 적었다. 2주 차는 작업 리듬을 되찾기 위해 짧게나마 그림을 그리면서 소개 페이지를 갱신했다. 내용이 꽤 길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기분 전환 삼아서.

나 자신에 대해 말하려 하면 항상 어떤 작품을 왜 좋아하는지가 첫째로 떠오른다. 이름, 성향, 좋아하는 책과 영화. 이전에 같은 주제로 떠오르는 작품, 장소, 노래, 음식, 단어 등을 두서없이 나열했던 것을 이번에는 아끼는 목록에 이유를 붙여 적었는데 7년 전과 별다름이 없어서 어이없이 웃겼다. 여전하다고 할까 끈질기다고 할까.

반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재개했다. 체력이 바닥이라 금세 지쳐서 하루 네다섯 시간이 최대지만 나쁘지 않다.
종이꽃 100-120의 진척 분량은 밑그림이 114p, 밑선이 109p, 선이 104p. 앞선 회차가 남긴 잔감정을 비워내니 한결 수월하다. 마치고 나면 확장편, 둘째그릇까지 새로 그리는 이야기다. 별첨부록은 점선면 편 준비하는 사이에 이어 그리고 싶다.

올해 목표는 열두 달 큰 편차 없이 작업하는 것. 슬럼프라는 이기고 짐이 없는 힘겨루기, 맴을 돌며 마음을 좀먹는 자학의 고리는 끊어내야만 한다.

5(30×4)

지난해의 성과는 꾸준한 독서와 토지 모작이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아주 익숙하게 접한 책이지만 완독한 것은 단 한 번뿐이었던, 읽고 싶어서라기보다 내재한 불안에서 벗어날까 싶어 손에 잡은 책을 절반 가까이 읽었다.
토지는 3부 1권(9권)째다. 그렇게 읽고 싶어 했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재미 붙이기에 실패하다가 드디어 흐름을 탔다.
이 외에도 여러 소설, 만화, 웹툰을 읽었다. 전보다 폭넓게 웹툰이 가진 다양한 색을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어서 기쁘다.
모작은 와치 원고 전에 매일 30분씩 했다. 처음 얼마간은 잘 모르겠더니 다섯 달쯤 지나자 인체 중심 틀과 전체 구도를 잡는 감각이 조금 생겨서 원고에도 도움이 된다.

와치 시놉시스도 거의 매일 써서 분량이 꽤 쌓였다. 그릇별 시놉시스와 확장편은 서로 연결된 부분 때문에 서둘러 쓰기도 했다.

7년

세 달 사이에 머리카락이 꽤 길었다. 어깨에 닿을 만큼 기르기는 거의 십 년 만이다. 익숙하지 않고 거추장스럽기도 해서 뒷덜미를 자꾸 쓸어보게 된다.
몸무게는 4킬로 줄고 새치가 또 늘었다.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에 건선이 다시 번졌다. 신체 기능이 전체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심적으로도 힘에 부쳤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이 정도는 적당히 참아 넘길 만큼 덤덤해졌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끄트머리에 마주한 공백은 작가로서 지나온 시간에 대한 슬럼프였다.
내가 결국은 미워한 스물다섯 이전의 삶이 그토록 바랐던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산 7년보다 나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날것의 모양대로 사는 나보다 주어지는 여러 모양으로 살았던 내가, 종종 숨 막혔던 그 삶이 적어도 방종한 인생보다는 쓸만하지 않았을까.
구제할 길 없이 거꾸러진 자리에서 나는 눈과 귀를 막고 가만히 시간만 흘려보냈다.

올가미

지난 몇 주가 올해의 최장 슬럼프 기간이었다. 이젤에 늘어놓은 원고는 꼴 보기 싫었고 펜도 잡고 싶지 않았다. 왜 이러고 사는지, 실패 이상의 결과가 있긴 할는지.
내장을 꺼내어 샅샅이 훑고 싶었다. 어긋난 뼈를 쳐서 붙이고 싶었다. 병에건 돈에건 무릎 꿇려서 그 집으로 돌아가게 될까, 숨통이 막혀서는 잘못된 길로 향했었다 고백하게 될까.

내 그림에 갖는 확신은 언제나 얕고 약해서 걸핏하면 부서지고 흩어진다. 의구심은 발목에 걸린 느슨한 올가미다. 무난하게 넘기는 듯싶다가도 사소한 챔질 한 번에 끌려 올라간다.

방치

4월에 들어서고부터, 그러니까 정식 연재 논의를 스톱한 후로 새 회차 업데이트 공지 외엔 아무런 글도 쓰지 않았다. 써놓고 올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글쓰기 자체를 멈추었었다. 4월 한 달은 쓸 수 없어서 작업에만 매달렸고 5월 중순에는 후기를 시간순으로 나열은 했는데 감정이 과하게 느껴져서 방치했다.

술렁였던 마음을 글로 털어내지 못한 탓에 출력창이 막힌 듯 다른 일상글이 비집고 나올 틈이 없었다. 그림과 엮인 말들은 늘 씹고 씹어 삼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슬픔

어제는 슬퍼서 울었다. 울다 울다가 잠들었다. 깨어나서는 또 울었다.
저녁에 원고 앞에 앉았는데 선을 긋다 문득 눈물이 나서 가만가만 위를 올려다보았다.

슬퍼 하는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永遠히 슬플 것이오.

슬픔은 영원히 계속된다….
삶의 본질이 슬픔에 있어서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을까.

비관

대본을 교정하고 원고를 편집하던 바로 어제, 다시금 고비가 찾아왔다. 이렇게 짧은 기간만에 다시 시작된 경우는 처음이고 나는 아주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다.

1월 중반부터 2월까지

1월 중반, 처음 겪는 징후로 컨디션이 저조한 가운데 18일부터 29일까지 출혈이 10일 남짓 지속됐고 기간 역시 전에 없이 길었던 탓인지 후유증도 심했다. 두통과 메스꺼움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으며 한 달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통증이 간헐적으로 느껴졌고, 어느 밤엔 자다가 놀라서 깼다.

공백기가 길어지자 마음이 쫓겼다.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짧게라도 누워서 책을 읽거나 엎드려서 시놉시스를 썼다. 3일, 2주 넘게 중단했던 원고를 잡았다가 3시간 만에 포기하고 이후 8일까지 얌전히 지냈다. 13일에 다시 선작업을 했다가 14일을 무력하게 보냈고, 15일에 밑색을 발랐다가 16일에 겨우 책만 두 시간 읽었다. 17일부터 19일까지 두세 시간씩 작업했다. 20일부터 23일까지 손을 놓았다. 24, 25 양일간은 다시 독서와 시놉시스, 26일부터 바로 어제인 29일까지 평균 다섯시간씩 채색을 했다.

이 모든 말들이 참 지겹고도 구태의연하다.

그럼에도 이번 고비는 확실한 인식을 남겼다. 저쪽 집에서 나가기로 한 시점부터 작은 작업방이 주어진 지금까지 최소 세 번, 문자 그대로 솜이 나를 건졌다. 내 몸이 과연 버텨낼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두려웠던 날들조차 적어도 생활이 비참하지 않았던 건 모두 솜 덕분이었다.
앞으로는 솜을 위해 그리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나와 나의 바람보다 솜을 우선하면서.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읽었다. 시놉시스는 동고림 확장편인 진홍과 주명을 썼다.

제동

나는 아주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여기에 깊이 빠지면 안 된다는 제동을 걸었다. 돌이켜야만 하는 순간이 오면 덜 힘들길 바라서 또 덜 부끄러워지려고.

Re:

다시, 시작이다.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든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아니 실제로는 모니터 앞에 앉았지만­― 지난 시나리오를 읽은 뒤 포스타입의 각 페이지에 올렸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혼자만의 다짐이자 간절한 바람인 글들. 언젠가,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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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작업이 순조로웠고 특히 목표한 시간에 가까울 만큼 작업 시간이 늘어났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고. 무엇보다 할당한 시간이 실제 작업 시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제 마감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늘은 특별하게 여기는 날이기도 해서 원고를 꼭 올리고 싶었는데. 인생사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연재일이 워낙 제멋대로라 날을 넘기건 말건 개의치 않는 인간으로 보일 성싶지만 실제로는 내내 초조해 한다. 생각한 예정이 틀어지는 자체를 짜증스러워하면서도 불안정한 심신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여하튼 예상보다 다섯 시간도 더 걸린 대본을 마무리하고 말칸과 효과음 단계로 넘어갔다. 내일은 이어서 남은 여섯 장을 끝낸 뒤 편집까지,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면 21-30화도 수정하고 싶다.